엄마의 하루가 잠시 멈추는 시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나의 작은 쉼

by 봄바라기

나의 아침은 아이의 등원 준비로 늘 정신이 없다.
전날에 미리 챙겨둔다고 해도, 막상 아침이 되면 왜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란 존재는 늘 내 계획의 바깥에서 움직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의 하루’가 잠시 멈춘다. 집으로 돌아오면 공기마저 고요하다.

그 고요를 마주한 순간의 내 감정은 늘 조금 묘하다. 허전하면서도 자유롭고, 어색한데 편안하다.


소파에 살짝 몸을 기대고 멍하니 앉아 있으면, 곧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조급함이 불쑥 올라온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잠시 쉬어도 되는데… 왜 나는 죄책감을 느끼는지 나도 모르겠다.

결국 그 마음에 지고, 거실에 흩어진 장난감들을 치우고, 아침의 흔적이 남아 있는 주방을 정리한다.
청소기까지 밀고 나면 그제야 내 배꼽시계가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한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는데, 매일 가족의 끼니를 챙기다 보니 혼자 있을 때는 복잡한 요리보다 간단한 것, 혹은 배달이 먼저 떠오른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세탁기까지 돌려놓으면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온다.



커피 한잔,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 같은 순간.

육아 중에 내가 잠시 '엄마'가 아닌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예전엔 소파에 누워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릴스·쇼츠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그대로 잠들어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잠이 들면 하루가 유난히 아까웠다. 그만큼 이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는 뜻이겠지.

짧은 영상들을 보다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 날은 아이가 집에 와도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어딘가 허무함이 먼저 남았다.

요즘은 틈틈이 글을 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하고, 시간을 의미 있게 쓰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 기특하고, 뿌듯하고, 그래서인지 또 다른 것도 하고 싶어진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참으로 많았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도)


나는 케이팝을 좋아해서 아이돌 덕질에도 진심이었다.
지금도 서재에는 그때 모아둔 앨범과 굿즈들이 있고, 남편과 취향이 맞아 장식장에 나란히 전시해 두었다.

나는 여행 가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
예전엔 스스로 세운 버킷리스트에 따라 1년에 세 번 이상은 꼭 다른 나라를 경험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한때 만화가를 꿈꿨던 사람이었다.
팬아트도 그리고, 이모티콘에 도전도 했었는데 어느 날 아이패드 액정이 깨지면서 모든 작업이 멈췄다.
물론 도구가 없다고 못 그리는 건 아니지만, 익숙한 편함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하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요즘은 친구 덕분에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다시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도 스르르 올라온다.
그래서 내 딴에는 큰 마음을 먹고, 사설이긴 하지만 아이패드를 수리에 맡겼다.
무사히 돌아오면 다시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평소엔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문득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내 사진보다 훨씬 많아진 아이의 사진들이 갤러리에 가득하다.

아이의 사진을 넘기다 보면 그날의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나만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결국 나를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생각이 조용히 스며든다.


이제는 내 하루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이게 또 엄마의 아이러니한 행복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잠깐이라도 글에 담으면, 그 자체로 나의 숨구멍이 된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채워지면, 다시 아이를 웃으며 맞이할 힘을 얻게 된다.



조용한 집 안에서 잠깐 머물렀던 나만의 시간,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