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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Feb 28. 2018

발리 요가 리트릿 다녀올게

소속감을 위한 소속

사실은 말이다. (혼자 갔던) 발리는 별로였고,

결국 요가 리트릿은 다녀오지도 않았다. (하하하)


하지만 항상 서성이는 내 눈을 잡아끄는 것은 요가 리트릿 전단지였고, 그렇게 발리, 치앙마이 등지에 있는 리트릿 웹사이트를 클릭했다. 자. 도대체 '리트릿'은 무엇이고 왜 사람들이 모이는 건가.



> 방문 도시: 인도네시아 발리

> 체류기간: 한 달

> 참고 웹사이트: Yoga Barn Ubud


사람들이 발리에 가면 서핑을 꼭 해야 한다고 한다.

난. 재미없었다.


그냥 코워킹만 다녔어...


매번 빨래통에 들어간 마냥 파도에 된통 후드려 맞고 모래사장에 집어던져진 미역 신세가 되는데 이게 왜 재미있다는 거지? 온몸이 멍 투성이 되어서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때려치운 내 눈에 들어온 건 '요가'였다. 그렇다. 발리에 가면, 서핑보드를 들고 해변을 거닐거나, 쫄쫄이 요가복을 입고 비건 스무디를 마시면서 요가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요가학원 근처에 온통 요가복 및 비건, 로푸드 레스토랑이 즐비했고 고가의 명상 워크숍 전단지가 붙여져 있었다. 



발리에 가면, 서핑보드를 들고 해변을 거닐거나, 쫄쫄이 요가복을 입고 비건 스무디를 마시면서 요가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살펴보니 정말 엄청난 규모의 요가 커뮤니티가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같이 살며 (코 리빙), 매일매일 요가 클래스에 다니고, 수업 후에는 비건, 로푸드, 생채식의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겁나 비싸다.) 주말에는 새로운 쫄쫄이 요가복을 사 입고, 근처 해변가에서 우아하게 서핑을 했다. 월말쯤에는 근교로 나가서 소위 '리트릿'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다녀온다.


Retreat
 A definite time (from a few hours in length to a month) spent away from one's normal life for the purpose of reconnecting, usually in prayer, with God.
피정. 보통 종교적 수련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 및 침묵 수련을 한다. 


리트릿은 보통 최소 3일에서 일주일, 길게는 2~3주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동생활을 하면서, 채식, 요가, 명상 등 워크숍으로 짜인 스케줄에 따라 생활한다. 유명한 요가 리트릿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스케줄로 짜여있다.


- 오전 7시: 기상

- 오전 7시 - 9시: 아침식사

- 오전 9시 - 11시: 요가 

- 오전 11시 - 오후 1시: 점심식사

- 오후 1시 - 5시: 워크숍 1

- 오후 5시 - 7시: 저녁식사

- 오후 7시 - 9시: 워크숍 2

- 오후 9시: 취침


출처: https://adventurousmiriam.com


네. 그래서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하기에는 나는 그들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앞섰다.

난 그들이 입는 고가의 00 브랜드 요가복도 없고, 무엇보다 쭉쭉 늘어나는 유연한 신체를 갖고 있지 않기에, 요가를 하면 마음의 평안을 얻기는커녕 고구마 백개 먹은 거 마냥 속이 답답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명상 리트릿은 가고 싶었다. 일정에 맞는 리트릿이 없어서, 7일 동안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semi-retreat을 다녔다. 


- Bali Vipassana Retreat

- 매일 아침 / 저녁 같은 시간. 약 2시간 동안 명상수련을 함

- 기부금 기반


저녁 6시쯤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자전거를 타고 헐레벌떡 도착하면 다들 이미 시작을 하고 있다. 대략 한 시간 반 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침묵 수련을 한다. 끝날 때쯤 되면 침묵 수련을 리드하는 리더가 화두를 몇 개 던져주고 프로그램이 끝난다. 그렇게 7일 동안 매일매일 저녁에 침묵 수련을 하는 것이다. 90분 동안 그냥 앉아있으면 정말 온갖 생각이 다 솟아난다. 


-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 언제부터 명상에 관심이 있으셨다고?

- 그나저나 발리까지 와서 난 뭐 하는 걸까?

- 내일도 와야 할까?

- 발 저리다. 개미가 지나갔나? 왜 이렇게 간지럽지?

- 시간이 얼마나 된 걸까? 나 진짜 이거 왜 하는 거니?


계속 앉아있다 보면 점점 '주화입마'에 빠지기 시작한다. 마음의 소리가 너무 커져서 점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채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가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명상의 끝은 주화입마...


내가 이걸 왜 하는 걸까


사실 생각해보면, 명상에 관심은 없었다. 요가도 그러하고, 서핑도 그러하다. 발리도 관심이 없다. 디지털 노마드고 뭐시고 다 관심 없다. 커뮤니티 탐구? 이걸 왜 하지? 



왜냐면. 난 절절하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지에 가까운 명상 커뮤니티에라도 나를 소속시키고 싶었다. 

아아... 그렇다. 백지였기에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앉아서 대화를 하지 않는 이 모임이 좋았다. 

과장된 웃음과 반복되는 자기소개와 맥주만 난무하는 모임보다 편했다. 적어도 거짓은 없으니까. 그렇게 백지에 가까운 커뮤니티 안에서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나서야, 그제야 나 자신이 보였다. 커뮤니티라는 단어 뒤에 숨어있는 가난한 나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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