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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May 07. 2018

한량스럽지 못함의 한스러움

단상

빈둥거림이 그립다.

난 게으르고 한량스러우면 죄를 짓는 거 마냥 불편해지는 기질을 갖고 태어났다. 막상 무한정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도 항상 쫓기는 듯 사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언니는 참으로 한량스러운 에너지가 가득하여 같이 지낼 때면 나또한 덩달아 돈을 팡팡 써대고, 태평하게 하루 종일 미드를 정주행 해도 죄책감이 1g도 들지 않는 엄청난 한량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똥꼬에 힘을 퐉 풀고, 함께 귤을 까먹으며 한량스럽던 시절이 그립다. 이러한 태평한 자들 옆에서 한량 에너지를 쬐어야 비로소 빈둥거릴 수 있는 나 자신이 또한 동시에 한스럽다.


취미란 무엇인가.

바로 이처럼 한량마냥 빈둥거릴 때 하는 행위들을 고상하게 일컫는 말이다.

그림 그리기, 뜨개질 하기 등등 '배워야' 가능한 취미는 멍청한 사회 덕분에 포장지를 씌운 '제작한 취미' 되시겠다. 그렇다면 나의 진정한 취미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역시나 만화 + 에세이 따위를 대충 설렁설렁 읽거나, 이렇게 단상을 끄적거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고르는 것부터가 피곤하고, (요즘 영화는 시리즈물이라 심지어 사전에 공부를 해야 한다) 요가와 달리기는 노쇠한 육체를 단련하게 위한 것이니 취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진정 내가 놀고 싶어서, 에잇! ㅅㅂ! 하고 빈둥거릴 때 하는 행위는 이것이었다. 


한량스럽지 못하는 나는 이렇게 샹샹 거리며 뭔가를 또 저질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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