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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May 20. 2016

1년을 세계여행한다고 삶이 바뀔줄 알았냐

#2 #모로코

언제 한국에 가냐

...

한국에 가긴갈꺼야?

이젠, 나도 모르겠어.


1년을 세계를 홀로 유랑하면,

그만큼의 삶의 지혜를, 삶의 비밀을 깨우칠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갑은 가벼워진다 하더라도, 마음은 풍요롭고, 평화로워질줄알았다.

가방을 비우고 통장 잔고가 낮아질수록,

난 그 이미지에 집착했다.

더욱더 지혜롭고, 발전한, 멋진 나.




그런데 막상 오늘 나를 발견하니, 건강은 안좋아져서, 허리는 항상 아프고, 기침이 나고, 벼룩에 물려서 피부는 온통 엉망이고, 친구 말에 상처받고, 나를 무시한다 생각하여, 혼자 시름시름 앓고, 조금만 움직여도 쉬이 피로해지는 만성 환자가 내 눈앞에 있더라. 아. 이건 뭔가.


야. 뭐 누구나 여행을 하면, 다 자아를 찾고 마법의 순간이 찾아올줄알았냐?

그냥 여행만 주구장창한다고 그럴 것 같아?

쉬이 얻어지는 것은 없어


더 발전한 나는 커녕

더 구질한 나를 발견하고

엉엉 울다가,

다시 힘을 내다가,

무기력해져서 이젠 어떻게 한국에 가야할지도 모르겠어,

중얼거리고

또, 울다가



아놔 씨발.

울고있는 나 자신이 기가막히고 한심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 쳐울어.

뭐 기대 안한다며? 그냥 떠나온거라며? 개뿔.

기대를 잔뜩했구만. 유랑을 하면 무슨 마법이 일어날줄알았구만,

근데, 아무것도 없잖아.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


그럼 그런건가보지.

그냥 그런게 인생인거지.

그러다 때가 되면 돌아가면되는거지,

꼭 돌아가지 않을 이유도 없고

꼭 돌아가야할 이유도 없고



인샬라!

if god, w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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