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 May 23. 2016

기대하지마

#3 #모로코

친구와 자동차를 렌트하여 모로코 남부로 향했다.

모로코에 체류한지 이미 4개월차. 어찌하다보니 엔간한 도시는 다 가보았던터라, 큰 기대는 없었다.

동행한 그녀도 나와 비슷하게 별 생각없이 여행하는 스타일인지라

둘다 매우 게으르게, 대충대충 성의없이 떠났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모로코가 좀 지루할수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지루하게 하루가 흘러가기시작해서,

5일차에는 뭔가 미안한 마음까지 들기시작했다. 게다가 날씨가 엄청나게 뜨거워져서 도무지 돌아다닐수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걍 대충 점심을 챙겨먹는데 점심도 뭔가 매우 맛이없었다....아. 미안하다고 쿨럭쿨럭했다.

역시 뭔가 준비를 했었어야했나...싶었지만

...

역시나 게으른 나의 페이스를 따라가기로했다.

...

그리고 저녁에 어찌어찌하여 친해지게된 호텔 리셉션가이와 해 지는곳이 아름답다고한 곳을 따라갔다.

오. 이게 웬걸. 겁내 이뻤다. 거의 사하라 사막급이었다. 기기묘묘한 돌맹이들도 놀랍고,

따라나서서 오아시스에서 샘물도 길어왔다.

저녁은 자기가 사준다구해서 가스불이 아닌 장작불로 피워만든 타진도 먹었다. 오...



돌아오는 차안에서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데. 앞에 탄 두명이 대화를 나눈다.


여자친구있어? 없어. 좋은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야. ㅠㅠ. 찾기힘들지. 근데 찾으려고하면 오히려 찾기힘들어, 보이지않아. 기대를 내려놓을때 찾아오더라고. 음. 그렇구나...




내가 이 여행에 기대를 했었던가.
겁나 급하게 챙겨서 휙 떠난지라.계획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대략 대충 떠돌아다니는중이지만. 솔까말.
기대.했다.
그래도 내가 창업한 회사까지 때려치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데,
커다란 깨달음 까지는 아니여도, 그 뭔가는 발전해야하지않겠냐.
득도까지는 아니여도 찌질하지는 않아야하지않겠나.
아니 최소한 건강해야하지않겠는가
놀고있는데!

인정하자. 기대. 했다. 큰 기대까지는 아니였어도.
아무기대도 없었어요.이건 거짓말이다.
뭐 시작은 기대가 없었어도 중간중간 내가 내리는 결정에 내가 흠칫 놀라면서 기대를 했다.
이런 미친짓을 하다니. 오. 역시 난 뭔가 될 놈인가보다!!!


뭐 여행뿐인가. 수많은 멍청한 기대들을 하지않나.
엄마는 이러해야해. 라는 기대.
남자친구라는 종자라면 이러이러해야함.
나의 베프라면 이러해야함.
내 회사는 이정도는 되야함.
내 여행은 이러이러한 스펙타클을 갖고있어야함 등등

갓뎀. 이런 기대들 덕분에 얼마나 피곤하게 살고있는가.



그냥 그 순간에 충실하여 살면되는 일인걸.
뭘 기대를 은근히 해가지고, 아 내 여행이 이렇게 밋밋하네, 돈만 바닥나네, 지루하네, 피곤하네, 블라블라
그럼 짐싸서 집에 가면되지. 뭔 말이 많은지.
뭘 기대를 해가지고, 아 남친이 졸래 밋밋하네, 관심을 안주네, 대화가 없네, 블라블라
그럼 대화해주는 워키토키를 사귀지, 남친이 니 장난감이냐.

아무 기대도 하지않는다.
아.ㅡ얼마나ㅡ자유로운가!
기대하지않았기에, 석양은 정말 내 인생의 명장면 3에 꼽힐정도로 아름다웠고
타진은 겁내 맛있었다.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스리슬쩍 슉슉 쌓여가는 기대가 어찌나많은가.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특히..나 자신에게..
다 청소해버리고싶다. 진공청소기로 걍 확.
하.


아아.ㅡ갓뎀.
타진이나 열심히 잘 먹으면 되는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1년을 세계여행한다고 삶이 바뀔줄 알았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