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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Sep 29. 2016

14. 치앙마이, 스쿠터와 무에타이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생각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내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해 보기. 꼴리는 대로 다 해보기가 있다. (사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의 가장 큰 로망은 스쿠터를 부웅 타고 날아다니는 거였다.


아주 오래된 로망이었다. 숱한 일본 애니메를 보면서 이 꿈을 차곡차곡 키웠다. 어느 날 꼭 스쿠터를 몰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리라! 그러나 한국에선 스쿠터가 너무 비쌌고, 인도나 베트남에선 감히 엄두를 내지도 못하였다. (물론 한번 시도해봤다가 아. 이러다가 죽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음). 인도네시아 발리에선 다들 타고 다니니까 해보고는 싶었으나 오르락내리락 꼬부랑꼬부랑 길을 보면서 다시 맘을 살포시 접었다. 그래서 점점 자전거만 타고 다니면서 나는 자전거의 달인이 되었다. 특히 발리에 있을 때 우붓에서 창구까지 무려 왕복 5시간 가까이 되는 길을 자전거로 주파하면서 - 그냥 평탄한 길이 아님,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 미친 로드임 - 아 이젠 하산해도 되겠구나... 생각하였다. =_=


자전거는 마스터했노라. 하산하자.


그리하여, 치앙마이에 도착한 순간, 스쿠터를 장만하였다.


참고로 본인 운전면허 있다. 하지만 그거랑 실전은 다른 거잖냐. 정말 진짜 떨려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터져 나오는 심장을 부둥껴앉고 작은 골목길을 왔다 갔다 세 번 했다. 그 담, 여기에서 하루 종일 있을 수 없으니 나가보자! 하면서 길로 나섰는데, 그 이후로 줄곧 직진.

직진 인생

...


최초로 파킹하고 사진 찍음. 아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물론 시간이 지나니까 어드벤처러스한 스쿠터도 안정이 되었고, 아 나는 나의 버킷리스트 넘버 원이었던 스쿠터 타고 휘잉 날아다니기를 성취했다. 이게 다, 스쿠터가 싸고, 사람들이 친절한 치앙 마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만세!


얼마나 나 자신이 뿌듯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가능하면 가장 많은 셀카를 찍고 싶었으나 못 찍어서 아쉽더라. 나는야 도심에서 스쿠터를 타는 당당한 여성임! 고삐리 시절부터 거의 10년 넘게 품어오던 꿈을 이룬다는 거! 이게 그런 느낌이구나. 매번 아침마다 스쿠터를 몰고 시장 갈 때마다 설레었다.


오토바이 헬멧과 함께 사진 찍기. 음홧홧.


로망을 현실로 이루는 거 기분 매우 좋다. 꼭 해봐야 한다.


그래서 두 번째 로망이 무엇이냐. 바로 앤젤리나 졸리 우먼 되기 -> 섹시 여전사 느낌으로 무에타이 배워보기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 멀었다. 사실 많이 멀었다. 하지만 해봤다는 것 하나만으로 나는 충분히 채워진 느낌이었다.


무에타이를 구글로 검색해서 가장 평점이 좋은 곳을 무작정 찾아갔다. 나는 완전 초짜라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고 그다음 날부터 트레이닝에 나섰다. 나의 사부님은 아래 사진처럼 아주 레게 레게 하시고 히피 히피하 신 분이었는데 그러한 겉모습과 다르게 링에서는 아주 엄격하신 분이었다. (너무 상투적인 설명이군)


레게레게하고 히피히피 스피릿 가득한 사부님


첫날 폼 잡게 손을 감고 포즈를 취하는데 아 정말 감개무량했다. 포즈 취하는 것만 해도 설레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별로였음. 밖으로 나와 조깅을 시작했는데 계속 뛰는 거다. 죽겠는데! 왜 계속 뛰는가! 입에서 단내가 나고 머리가 어질 하고 아 죽겠네, 괜히 한다고 했어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멈췄다. 이게 준비 운동이었다. 젠....



포즈 잡는 거만 좋았다.


그다음 포즈 잡고 거울 보면서 잽 날리는 거 연습하고 샌드백에다가 킥을 날렸다. 무수한 킥 날림을 통해 내 다리는 멍 투성이가 되었다. 진짜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두 다리다  푸루 둥둥하게 변했음. 아. 아름다운 다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의 다리인데 (...ㅠㅠ) 혼자 연습이 끝나면 마지막에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올라가서 사부님과 스파링 비슷하게를 했다. 그게 가장 하드코어인데, 계속 킥을 날리고 펀치를 날리고 해야 하는데 그저 죽겠음. 나를 여기서 내보내 줘요 (...)라는 생각이 간절해질쯔음 트레이닝이 끝난다.


그렇게 총 트레이닝 시간은 대략 매회 2시간 즈음인데 끝나고 나면 아주 매우 녹초가 된다. 이 트레이닝을 같이 소화하는 친구들이 있었으니 호주인 T군과 미국인 S 양이었다. 셋이서 절친 먹고 매 회 트레이닝이 끝날 때마다 맥주 마시러 나갔다. (결국 인생은 그러한 것)


뭐 당연하지만 여전히 스쿠터도 초보이고, 무에타이는 초보 근처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마침내 두려움을 이기고 해봤다는 게 너무 중요했다. 스쿠터에서 자빠질까 봐 두려움을 이기고, 무에타이 하다가 다칠까 봐 두려움을 이기고, 둘 다 해봤다.


내가 해보고 싶은건 다 해봤어!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치앙마이는 너무 특별한 곳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둘씩 더욱 생길 수 있다는 것. (일단 저렴하니까!) 그 소소한 재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다들 나와 비슷하니까!), 그래서 내 삶이 좀 더 다채로운 색깔이 생겼다는 것. 그게 치앙마이의 매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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