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기록
국가: 태국
공동체: Sahainan Permaculture Farm
홈페이지: http://www.sahainan.com/
체류기간: 2015년 12월 / 4주
이곳은 어디인가?
태국 북부, 라오스 국경에서 1시간쯤 떨어진 생태 퍼머컬쳐 공동체/농장이다. 아직 1-2년 정도 된 구성원은 주로 5-15명을 오락가락하는 신생 농장! 하지만 농장을 시작한 Sandot은 이미 치앙마이 인근 파이에서 오랫동안 농장을 일군 베테랑이며, Nan지역의 천연 자연에 반해서 이곳 땅을 사들이고 농장을 일구어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Sahai는 친구를 뜻하는데 Sandot의 별명이기도 하다.
왜 갔냐?
인도에서 그리고 베트남에서 생태 공동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좀 더 본격적으로 퍼머컬쳐도 배우고 흠뻑 제대로 빠져들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제대로 한번 생태 공동체의 삶을 배워보고자 도전했다!
도전해보고 싶었다. 전기 없는 한 달, 진짜 생태공동체의 삶
어떻게 알게 되었나?
태국 치앙마이 거주하면서 인근의 permaculture farm을 검색하던 차에 구글 검색으로 알게 되었다. 다른 농장들과 비교했을 때 신생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기존의 오래된 공동체와 다른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이메일을 보냈고 (sahainan@gmail.com 혹은 tacomepai@gmail.com) 답장을 받아 농장으로 향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농장이라 매우 매우 매우 basic 하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떠나는 길
치앙마이에서 버스를 타고 10시간 정도 가면 도착! (가격은 약 500밧 정도?) 도착한 곳에서 오토바이 뒤에 타고 엄청 무지막지한 시골길을 (....) 약 20분 달려서 도착한다. 버스는 문제는 아니었는데. 저 무지막지한 오토바이가 문제였다. 사람이 그냥 걷기에도 좀 어려운 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건지 날아가는 건지, 이러다가 사고로 사망할 수도 있겠구나.. 등등 오토바이 사망 사고 뉴스를 상상하기 시작할 때쯤 도착한다.
잠자는 곳
전기가 없다. 와이파이가 없다. 뜨신 물이 없다.
오두막에서 잔다.
저 삼무 (無) 가 바로 이 공동체를 설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유일한 전기는 solar panel을 통해 공급되는 부엌에 위치한 전구 한 개 (...)였기에 다들 손전등이 필수였다. 자연스럽게 해가 지는 동시에 불을 피워서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거기 옹기종기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기타를 치고는 했다. 뭐 당연하지만 와이파이가 없다. 네트워크가 희미하다. 전화만 되는 정도?
잠자는 곳은? 당연히 그냥 매우 심플한 bamboo hut! 대나무 오두막이다. 직접 공동체 사람들이 대나무를 자르고 엮어서 손수 만든 집! 천장이 무척 높고, 바람이 슝슝 불어서 여름엔 무척 시원하지만, 겨울엔 몹시 시원한... 몹시 추운 (...) 나중에 너무 추워서 그 안에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서 잤다. 텐트가 훨씬 아늑했다. (...) 삼면이 뻥 뚫려있다. 천장 빼고 거의 다 뚫려있는데, 그래서 자연의 품 안에서 자고, 깨는 그런 삶이다. 히죽.
화장실은 흙집에 있는 compost toilet (퇴비 화장실)! 뚜둥! 마찬가지로 흙으로 지은 흙집에 들어가서 용변을 보고 물을 떠서 내려보내면 그 아이들이 (?) 차곡차곡 쌓여서 거름이 된다. 그래서 화장실 뒤쪽에 나무들이 우거지게 잘 자란다. (하하하) 화장실이 워낙 간단하다 보니 밤엔 그리고 귀찮을 땐 그냥 자연 안에서 잘 방사했다. (...) 하지만 그 화장실은 더럽다는 생각은커녕 보통 도시의 화장실보다 깨끗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냄새도 나지 않고 흔한 벌레도 하나 없었다. (그게 가장 난 놀라웠다!)
샤워도 마찬가지로 대나무 통에서 물이 졸졸 나오고 찬물로 잘... 잘...(추워..ㅠㅠ) 씻으면 된다. 역시나 추위에 약한 나였기에 샤워는 오후 2시에만 했다. 하지만 당시 12월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름엔 매우 시원하겠구나... 를 알 수 있다. 전기가 없는 관계로 당연히 뜨신 물은 구경도 할 수 없다. 밥 해먹을 땔깜 나무도 부족한데 어떻게 물을 데워서 뜨신 물로 샤워를 하겠는가. 날씨가 따듯할 때는 큰 문제는 아닌데, 나중에 12월 말쯤 되니까 서늘해져서, 가끔 뜨신 물 샤워를 하고자 마을로 내려갔다.
먹는 거.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 끼를 같이 수확(?)해서, 같이 요리하고, 같이 먹었다.
당시 멤버는 12명 정도였는데 - 아무래도 겨울이 성수기 (?)이다 보니 멤버가 많았다. 음식은 당연히! 다 같이 요리하고, 다 같이 먹고, 다 같이 치운다. 왜냐! 오래 걸린다! 일단 밭에 가서 호박을 따오고, 콩을 딴다. 수확부터 시작되는 것. 샐러드 먹으려면 텃밭 가서 여린 잎들을 모아서 한가득 채운다. 그 사이 다른 멤버는 불씨를 피워야 한다. 열심히 훅훅 바람을 불어서 불을 지피고, 밥을 한다. 냄비 한가득 밥을 하고, 그 사이 각종 호박, 빠빠야, 바나나, 콩, 양파, 등등을 다지고 썰어서 볶거나, 국을 끓이거나, 샐러드를 해서 대략 요리 2개 정도를 한다. 그다음에 커다란 바나나 잎을 따와서 테이블 위에 깔고, 코코넛으로 만든 그릇과 대나무로 만든 숟가락, 젓가락을 세팅하면. 완료!
음식 맛은? 기가 막힌다. 여기보다 맛있는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음.
항상 신음소리를 내며 (...)
다들 말없이 와구와구 처먹음. 엄청 먹음. 베트남이랑 비교할 수 없음. 여기 음식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정말 건강 그 자체의.... 가끔 고기 먹고 싶으면 계란을 나누어서 먹었고 - 오믈렛을 만들어서 조금씩 나눠먹음 -일주일에 한 번 마을로 나가서, 그리웠던 (?) 설탕 커피라든가 설탕 빵을 먹곤 했다. 약간 설탕 금단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식단에 설탕이 들어가는 요리가 거의 없으므로 -그만큼 건강한 식단이었다. 100% 순수 우리가 농사해서, 만들어 먹는 밥. 정말 최고다. (아.. 그리워...)
교통수단.
없다. 농장 안은 맨발로 걸어 다니고. 마을로 나갈 때는 걸어나가서 큰 도로에서 히치하이킹해서 (대부분 잘 세워준다) 마을로 나가곤 했다.
뭐하고 사나.
농사. permaculture 수업 듣는다. 아침 먹고, 그다음 농사짓고, 해 지고 나면 기타/우쿨렐레/바이올린/드럼/등등을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한 달을 보냈다. 세계 전 지역에서 모인 (태국,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벨기에, 멕시코, 영국, 미국 등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겨운지도 모르고, 크리스마스에도 밥 해 먹으며 즐겁게 살았다.
하루하루 이렇게 보낸다
아침 7시 / 아침식사. breakfast is ready!!
8시 - 11시 30분 / 일하는 시간. 오전 시간에 대부분 열심히 농사일을 돕는다. 바나나 심기. 콩심기.. 등등
오후 12시 /점심식사 + 오후 낮잠
2시 - 5시 / 오후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자고 싶으면 자고..
5시 -7시 / 저녁식사. 저녁 준비가 항상 오래 걸렸다. 시간이 들더라도 잘 해 먹는 시간
7시 - 9시 / 모닥불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9시 / 취침!
한 달 살기 (4주) 비용
하루 contribution (기부금)으로 200밧을 낸다. 이 돈은 숙박 및 식비를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난 특별히 퍼머컬쳐 수업 (PDC, permaculture design course) 10일짜리를 수강했다!
- 숙식: 200밧 * 20여 일 = 4,000밧 (13만 원)
- 파머컬처 수업 (PDC): 8,800밧 (27만 원)
- 총 생활비 + 수업비: 61만 원
- 일주일 기준: 약 15만 원
그래서 어떠했나
맨발의 시간, 맨손의 시간
눈곱을 떼며 투덜투덜 거리며 불을 피우고, 매캐한 연기에 쿨럭거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화장실 앞에서 안에 누구 없냐고 소리를 꽥 지르고, 급하니까 근처 나무 뒤로 후다닥 뛰어가서 일을 보고, 해가 쨍하니까 얼른 손빨래로 빨래를 하고, 땔깜 떨어져서 나무 하러 산 타러 가고, 바나나 심으러 돌아다니고, 새까만 하늘에 동전처럼 떠있는 달을 보면서, 용변을 보던 시간 (...)
내가 여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여기서 난 공동체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