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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Oct 12. 2016

목표 없는 여행이 목표입니다.

#15 #모로코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퇴사학교' 난 기가 막혀서 소리 질렀다. 아니 ㅅㅂ 퇴사도 배워야 하냐? 그냥 하는 게 퇴사지 무슨 퇴사를 배워서해? 요즘 트렌드가 퇴사임?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 가장 큰 유행은 

'퇴사하고 세계여행' 혹은

'퇴사하고 '부부' 혹은 '커플' 세계여행'인 것 같다.

그렇다. '퇴사'는 유행이고 '세계여행' '부부 세계여행'은 약간 한물간 유행인 것 같다. 최근 들어 핫한 건 '미니멀 라이프'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책을 사고, 하루에 하나씩 버리는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서 실천에 옮긴다고 한다.


정말 병신 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이런 거다.

퇴사 학교를 다닌 후에 퇴사를 하고, 이제 창조경제의 산실인 창업학교를 가서 창업을 하고, 그다음에 (당연히) 스타트업이 힘들다 보니,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려고 덴마크나 스웨덴 유학을 떠나는 거다. 아니면 세계여행을 간다. 커플이면 같이 가는 경우도 있고, 혼자인 경우 떠나서 찐한 연애를 하고 돌아온다. 뭐 운이 좋으면 책을 한 권 써서 내겠지.


지긋지긋하다. 아니 왜 다들 판박이처럼 같은 거야? 이거 새로운 길 아니었어? (아, 근데 나도 그 비슷한 테크트리를 타고 있는 같은데요...)


'세계여행' 검색해봐라, 정말 각종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지구를 한 바퀴 돌기 위한 최적의 경로, 싸게 비행기표 사는 법, 어디서 잠을 자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등등. 세계여행도 IT기술의 발달로 이제 더 이상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뭐 어느 정도의 요령과 가장 중요한 '돈' 그렇다 '돈'만 있으면 솔까 어디든 다 갈 수 있고, 다 해결할 수 있음. 그게 뭐야. 그럴 거면 왜 가는 거지? 아니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뭐야? 아니 왜 여행학교는 안가? 아 맞다. 여행학교도 있지.


각종 학원이랑 학교에 너무 익숙해진 거야? 그래서 자기 스스로는 발 한 발자국도 못 떼는 거야? 참고서가 필요한 거지? 결과물이 필요하지? 각종 증명서가 필요하지? 내가 성실하게 효율적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물이 필요한 거잖아? 어찌 보면, 정해진 길 외에는 걸어본 적이 없다 보니 그나마 새롭다고 여겨지는 길을 가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것이고. 그래서 한번 다녀온 사람이 '자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알려주면 그걸 다시 학원 다닐 때처럼 반복 주입 학습하는 거겠지. 그래서 세계여행은 또 다른 조금 더 난도 높은 퀘스트가 되어버린 거지 뭐. 괜찮아, 돈이라는 치트키가 있으니까. 그게 진짜 여행인지는 모르게 다만-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어디를 갈지도 모르고, 아무 목표도 계획도 없는 그런 여행을 하자고 굳게 결심했다. 그리고 그 여행은 깨달음이나 성찰을 주지 않을 것이며, 아마 즐겁고 행복하기보다는 겁내 피곤하고, 통장은 그저 얆아질 뿐이며, 진짜 외롭고 고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짜증 나게 외롭다. 적응이 안됩니다.) 그리고 긴 여행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으니 떠났다. (근데 요즘 괜찮지가 않네. 쩝)


네 저의 외로움을 표현해보았습니다.


겁내 외롭고, 힘들고, 겁나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오롯이 지고, 외롭지만 그 길을 감내하면서 걸어가는 거다. 아무도 그걸 가르쳐줄 수는 없다. 본인 자신 외에는. 그리고 그게 유일한 목표다. 내 길을 혼자 스스로 걸어가는 법을 다시 한번 배우는 것. 그게 내가 여행을 떠난 목표다. (거창하게 쓰면 그렇다. 사실 방금 지금 썼다. 써놓고 보니 괜찮구먼.)


그러니까 솔까 멀리 안 가도 되는 거 긴 했다. 지구 한 바퀴 안 돌고도 알 수 있는 거 이긴 하다. 미련해서 손발을 고생시켜야 머리가 이해를 하는 성격이라서. 그리고 왠지 멋있어 보이고 싶기도 해서. 허허허. (네. 이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여기 다시 모로코 카사블랑카 친구의 친구 집 소파에 앉아서 궁상맞게 쓰고 있다.


그러니까...

퇴사 안 해도 되고, 유학 안 가도 되고, 여행 안 가도 된다. 그냥 니 인생, 꼴리는 대로, 오롯이 나 자신의 인생을 사는 거, 그거만 하면 되는 거 같다.  위에 언급한 흔하디 흔한 일탈의 유형 테크트리 타도 된다. 아니면 꼴리는 대로 살다 보니, 한 회사에서 30년 일했어요. 혹은 집안이 전혀 미니멀하지 않고 먼지투성이 창고입니다. 뭐 이런 것도 있는 거 아닌가? 그 뭐냐, 유명한 사람 토크 콘서트는 이제 좀 그만 보자. 그건 그 사람이 그렇게 살았던 거고, 니 인생은 다르잖아. 인생엔 치트키가 없다. 그저 내 인생을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만 있을 뿐. 


그저 존내 헤매고, 존내 깨지면서, 꼴리는 대로 사는 법을 배우는 수 밖에.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1902~1963/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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