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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Dec 15. 2016

숙박업 혹은 커뮤니티

#8. 분석

너가 지금 하는 것이 호스텔이랑 다른 게 뭐야?

커뮤니티라면 무엇이 다른 거야?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야?


질문에 어버버 어버버 하면서 말문이 꼬이자 그 친구는 바로 몰아붙였다.


너도 잘 모르는 것 아니야?

(한심한 눈으로 3초 응시 후 )

예를 들면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 그것에 관련된 모임도 하고, 그 모임을 통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그렇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 아니야? 집 구조도 이에 따라 외부 모임 때 사람들이 모이는 구역, 혼자 쉬는 사적인 구역 그렇게 구분이 되는 것이고 말이지..


막상 이렇게 적고 나니 정말 겁내 뻔한 소리이긴 한데. (나도 안다고!!) 하나, 듣는 당시 나는 "아!" 맞장구를 치면서 내가 이걸 놓치고 있었구먼! 외쳤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왜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가를 알아차리게 되었으니...


문제의 숙박업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숙박업에 대한 기본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난 기본 지식은커녕 매우 무지하였으며 게을렀으니...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깨끗' '청결'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 다르더이다. (하..) 그리하여 지난 6주간 빡세게 숙박업 ABC를 배운 것 같다.  이젠 새로 입주하는 친구가 있을 때는 최대한 열과 성을 다하여 청소를 (특히 화장실 청소) 하고, 깨끗한 침구, 빵빵한 인터넷, 뜨신 물이 나오는지, 펌프에 이상이 없는지 등 꼼꼼하게 성실하게 체크한다. 하. 농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고 살던 인간이 갑자기 이런 걸 하려니 참으로 적응이 아니 된다. (지금도 그러함)


호스가 터진 것이 보이는가? 나도 처음엔 안보였다. 이젠 저런 것만 보인다.


그렇게 숙박업에 집중을 하는 사이, 우리 집을 '숙박업체'로 접근하여 찾아온 사람들과의 마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 집을  '도심 외곽에 위치한 합리적인 가격의 집'으로 생각하여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으로 접근하여 선택하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솔직히 더 좋은 조건과 가격의 집이 얼마든 많이 있기 때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콘도 매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부동산으로 접근하면 바로 패배! 뙇!) 내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요소들 -> 청소 서비스에 대한 요구, 가격에 대한 불만, 접근성에 대한 불만, 설비에 대한 불만 등, 모두 숙박업 요소에 해당된다. 아놔. 싸고 편한 집 선택하시려면 다른 곳 가시면 됩니다. 빠염- 그래요? 그럼 이 집은 뭐가 다른데요? 이 집엔 커뮤니티가... 아.... 음... 에..? 내가 이걸 시작한 이유도 커뮤니티고, 잘 한다고 자부한 것도 커뮤니티인데, 변명을 하자면........


숙박업 하다가 기가 쪽 빨려서 커뮤니티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불만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불만을 느끼고 있는 와중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순서가 뒤바뀌었다. 커뮤니티를 먼저 시작하고, 그다음 자연스럽게 숙박업으로 연결이 되는 흐름이어야 하는데. 본말이 전도된 거다. 본질인 커뮤니티는 어디론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되고, 그저 훨씬 저렴하고 시설 좋은 콘도들을 보면서 질투와 짜증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헐!  그래! 지금이라도 커뮤니티를.....


크....동의합니다만........


그렇다면... 이 곳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지?

재미있게도 우리 집의 오묘한 위치 (시내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 중간쯤 어디인가) 덕분에 애초부터 스쿠터를 잘 타고, 복잡한 시내를 좋아하지 않는, 최소 1-2달 치앙마이에 머물 계획에 있는 노마드들이 모이게 되었다. 근데 적어놓고 보니, 이건 위치에 따른 결과물이고 전혀 커뮤니티가 아닌 것이다. 그냥 오손도손 하게 서로 친밀하게 잘 지내는 숙박업 정도? '장기 거주 노마드' 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될 수 있어도 같은 관심사는 아니다. 사람들을 이어주는 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면  '채식'이라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다면 그 사람이 노마드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냐면 이는 같은 가치관, 철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꿍이 (강아지 이름입니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이다.????


그래서..꿍...너가 이겼음...!


멤버 전체 다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이 있는 집을 편안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몇 명은 우리 집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고 말한다. (꿍이한테 밀렸다...) 그래서인지 뭔지 몰라도, 항상 사진을 보면 다들 꿍이를 껴안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다! 나도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랑 살고 싶지 않다! 동물을 좋아하는, 자연을 사랑하는... 여기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쌓아나가야겠다.


이제부터 자잘 자잘하게 모임들을 시작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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