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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Mar 12. 2017

해외에서 살고 싶은 거냐? 한국이 떠나고 싶은 거냐?

#24. 치앙마이에 왜 오셨나요

치앙마이에 왜 오셨나요

치앙마이에 장기 거주/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정말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 한국에서 살기 싫어요

- 한국은 너무 비싸요

- 해외에서 살고 싶어요


치앙마이에 머물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대부분 공통점이 있으니. "그들이 떠나온 나라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건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외국 사람들도 그들이 떠나온 나라를 싫어한다. 캐나다는 너무 비싸다. 호주는 너무 인종차별이 심하다. 등등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인들은 강조한다. "헬조선"을 떠나왔다 라고. 그리고 말한다. "외국에서 살고 싶다."라고.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질문은 명료하다. 해외에서 살고 싶은 거냐? 그렇다면 어디? 아니면 그냥 한국이 떠나고 싶은 거냐?


일명 '헬조선 인생 계산기" 라고....


해외에서 살고 싶은 거냐? 그렇다면 어디? 아니면 그냥 한국이 떠나고 싶은 거냐?


보통 000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그냥 000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덴마크에서 살고 싶다. 왜냐면 복지가 좋고, 삶의 질이 보장되고, 날씨는 안 좋지만 그래도 추운 날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관없고, 북유럽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고.... 그리고 주야장천 해당 국가의 이민법에 대해서 조사를 한 바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000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럼 그 현실적인 연구를 계속하시면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있다. 한국이 싫다. 한국은 이래저래 해서 싫고, 답답하고, 현재 상황이 이러이러하고, 벗어나고 싶고, 그래서 난 한국을 떠나야겠다. 어디로? 그건 모르겠음. 아. 이 사람은 해외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한국이 떠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들이 치앙마이에 많이 오신다. 왜냐면 일단 저렴하니까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이 있다.

내용은 호주 이민을 결심한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가 왜 한국을 떠나왔는지 그리고 왜 이민을 결심했는지, 그래서 호주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친구의 친구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법한 꽤나 사실적인 (?) 소설이다. 책을 꽤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그만큼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경우 '한국이 떠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외국에 살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다들 '한국이 떠나고 싶으면' = '외국에 산다'가 바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러한 오류에 빠졌던 것 같다. 왜냐면, 나도 일단 막 한국이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르르..)



한국을 떠나서 외국에서 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한국이 떠나고 싶은 이유가 뭘까? 사람마다 사실 어마 무시하게 다르다. 개인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직업/커리어 부분의 고민이 있을 수도 있고, 양육/교육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정말 어마 무시하게 사람만큼이나 많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이 '외국에 산다'라고 해서 '한국을 떠나서 살기만 하면'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착각한다. 나도 그러했다.


한국을 떠나서 살기만 하면, 외국에서 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사실 외국에 산다는 것은 아예 다른 이야기다. 언어도 그러하지만 비자/이민 부분을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인 부분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뿐인가. 문화. 기후. 교육. 인종차별, 커리어 등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국을 떠나고 싶으니 해외 어디든 좋으니 그곳에서 살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한국이 싫어서 떠났는데 해외에 산다고 해서 그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마법처럼 그냥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은 종당에는 거의 다 똑같다. 이상한 환상은 집어던지도록 하자.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더라. 



본인이 왜 한국을 떠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환상은 집어치우고 이유나 명확하게 알아보자.

왜 본인이 한국이 떠나고 싶은지를 정말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4가지 이유로 정리해봤다.


1. 그냥 외국이 좋아서 (= 그렇다면 그냥 여행을 길게 떠나는 것을 권장)

2. 직업/커리어/교육

3. 결혼/사람/관계/문화

4. 가정/삶의 질/육아/복지

 

위의 4가지 중에서 자기 자신이 무엇이 가장 불만이었고 그래서 왜 떠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해외 어디를 가서 무엇을 탐구해보고 도전해볼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정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2번과 3번을 헷갈려하는 경우 많이 봤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모두 다르다. 나 자신에게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한국이 싫지만 그래서 떠나고 싶지만 막상 (예를 들면) 스웨덴으로 간다고 한들 마음에 맞는 파트너,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쉬울까? 차가운 북유럽 사람들과 우중충한 날씨를 과연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그곳에 가면 한국을 떠나온 그 모든 이유가 다 해결이 과연 될까? 인종차별은? 하지만- 4번의 이유 (복지와 삶의 질)가 명확하다면. 그렇다면 가도 나쁘지 않겠다. 삶의 질이 가장 중요한 사림이니까, 나머지는 쫌 힘들어도 버티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니 결국-


나의 이유를 모른다면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이런저런 점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고 싶은 것이라고, 그래서 여기 이 나라는 이런 부분이 좋으니까 가서 한번 살아볼 것이라고, 이런이런 점은 별로지만 그건 이겨낼 수 있다고. 적어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모른다면, 그래서 나의 이유를 모른다면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이다. 계속 삼사라 (Samsara)의 쳇바퀴 안에서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겠지.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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