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하지마
우연히 브런치에서 이 글을 읽고 정말 한마디 한마디 공감했다. 리스본에서 한인 민박을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먹고살 수는 있지만. 돈 벌 생각은 없이 오세요"
"민박은 사람을 지치게 해요. 항상 좋은 얼굴로 할 수는 없어요. 항상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완전히 창살 없는 감옥이었죠."
"사람들이 떠나가기만 하니까 우울증이 온다던데요"
"조금 벌어서 조금 쓰는 인생을 생각해서 온 건데 이건 우리가 사려는 방식이 아니잖아"
마치 "우리 카페나 할까?"처럼 "000에서 게스트하우스나 운영하면서 여유롭게 살까?"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꽤나 그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했었다. 누군가 스페인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1년 동안 운영해줄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뭐 상관없이 가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꽤나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뭐 안되면 게스트하우스나 차려서 운영해보지 뭐!"
자 이 말 한마디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져 있다. 마치 이건 "우리 심심한데 카페나 할까?" 같은 문구인 것이다.
- 해외에서 살면, 특히 스페인 같은 곳에서 살면 뭘 해도 즐거울 것이다. 상관없음
-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은 쉽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홍보하고 웹사이트에 올리고 손님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 하루하루 여행객들과 축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 돈을 많이 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뭐 적당히 맞춰가면서 조금 벌고, 조금 쓰면서 살면 되니까 상관없다.
- 친구들이 찾아올 테니까 그리고 ~
이렇게 적당히 적당히 대충, 샤바샤바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카페 차린 거랑 비슷하다.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 많이 하고, 눈물 흑흑 흘리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유사 게스트하우스/숙박업/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온 몸으로 알게 되었지. 일단...
(일반) 게스트하우스는 돈이 안 되는 (혹은 적자) 구조를 갖고 있다.
1. 높은 마진 - 낮은 수량 vs 낮은 마진 - 높은 수량
명품 브랜드처럼 높은 마진율을 갖고 있지만 수량이 적거나, 혹은 저가 항공사처럼 낮은 마진율이지만 수량이 많아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제대로 기업형으로 운영해서 낮은 마진율 - 높은 수량으로 굴리지 않는다면 결국 대부분 < 낮은 마진 - 낮은 수량 >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왜?
2. 마진율을 높일 수 없다. 왜냐면...
- 엄청난 경쟁률
- 차별화가 거의 안됨
- 진입장벽이 낮음
치앙마이에 게스트하우스 숫자가 얼마나 될까. 정말 "어마 무시하게" 많다. 발에 차이는 것이 게스트하우스/콘도/숙박업이다. 거의 대부분 그렇다. 여기는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고? 그래서 처음 자리를 잡았다고 하자. 후발 주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주로 대부분 가격 경쟁에 들어간다. 우리 집은 다르다고? 인테리어가 멋지고, 시설이 좋고... 물론 차별화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한다. 진입장벽도 낮고, 아무리 끝내주는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킬러 차별화'가 될 수 없다. '가격' 외에는. 게다가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다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지라... 결국 치킨게임에 돌입하게 된다. (눈물 좀 닦고)
3. 초반에 꽤나 투자를 해야 하는데...
물론 몇천만 원짜리 커피 기계는 아니지만 나름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냥 커피 한잔 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잠을 자는 곳이다 보니 오히려 인테리어나 침대, 뭐 작은 부분에서 손이 많이 필요하고 디테일이 중요하다. 그렇게 초반에 투자를 하면 카페처럼 계속 오래 운영하면서 수익을 나야하는데 숙박업은 오래 운영하면 은근 수리비용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오래된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새로 지어진 깨끗한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는 냉정한 사실!
이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창업자 본인의 <차별화> 요소가 확실하게 존재해야 한다. 리스본에 위치한 '유일한 한인 민박' 이라던지 뭐... 상상하기 나름이다. 대부분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은 충성도가 낮은 지라 더 저렴한 쇼핑몰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처럼 쉽게 팽- 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감정적/육체적 소모가 상당하다
숙박업이라는 것은 청소 좀비를 뜻하기도 한다. 한 달 살이 집이라서 그다지 많은 청소 노동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루하루 손님이 바뀌는 게스트하우스는? 끄악. 그뿐인가. 매일매일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는 것은 초반에 흥미로울 수 있으나 종당에는 매일 술 먹는 나날이 되어 피로할 수 있다. 또한 정이 꽤나 들었는데 떠나보낼 때 그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 운영자의 입장은 항상 떠나보내는 사람인 것이다.
그뿐인가? 해외에서 운영할 경우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비자 그리고 세금. 법 문제가 바로 그것. 대부분 불법으로 알음알음 운영하지만 그게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건 마치 카페 창업과도 같은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고, 멋져 보이고 낭만적이지만, 슬쩍 들쳐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혀를 끌끌 차게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회색빛 전망 "돈도 안되고, 육체적으로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소모될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적게 벌고 적게 쓸 수는 있는데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뻗게 됨" 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면 그게 뭔지 골똘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단순히 "낭만적이고 좋아 보여서"이라면 사뿐히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난 치앙마이에 집을 열어두었을까? 난 과연 이런 모든 사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