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행-52

하이델베르크 마지막 날.

by 래리

(프라하에 폰을 놓고 귀국해 독일여행과 프라하 여행 사진이 없다...그나마 스페인여행은 미리 노트북으로 옮겨놔서 다행)


독일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꿀잠을 잤다. 그간의 피로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는지, 혹은 참고 있던 피로가풀어져 나와서인지 몸이 상당히 무거웠지만 다행이었다. 이제 좀 컨디션을 되찾는 느낌이었기에


아침을 먹고 학생감옥으로 향했다. 감옥이라는 표현이 너무 억압적일 정도로 이 학생’감옥’은 상당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그도 그럴 것이 각 방들은 감옥의 독방 치고는 너무 호화로워 보였고 수감된 지 이틀 후에는 감옥에 술도 가져와 마실 수 있다. 이게 무슨 감옥인가. 나중에는 ‘하이델베르크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갔다 와야 하는 명예훈장 정도로 전락했다.


아하…'낙서하지 맙시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 경고문은 한글로 만들어 놓았으면서한 페이지 분량의 학생 감옥 설명은 한글본이 없다. 일본어, 중국어버전은 있으면서 말이다. 정말 이상할 노릇이다. 한국인들이 낙서를 많이 하니까 괘씸해서 안 만들어 놓은 것일까.


Eduroam와이파이는 정말 유럽에서 최고인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한 번 연결하고 나니 프랑스에서도독일에서도 뜬금없이 길을 가다 잡힐 때가 있다. 유럽 내 몇몇 대학에서 저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걸로알고 있다. 덕분에 지금도 광장에서 와이파이를 이용 중이다. 이를 통해 막스 베버의 묘지를 찾았다.


베버의묘지는 Bergfriedhof에 있다. 구글맵을 보니 걸어서30분 거리.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천천히 주위를 구경하며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어제와 달리 햇빛이 가득하니 하이델베르크 전체에 활기가 돈다. 음침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생활 탓인지 이제는 햇빛이라면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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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묘지를 찾아가는 길이 꽤나 험난해 보였지만, 지도 상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아 쉽게 찾았다. 예상외로 베버의 묘지에는 누군가 다녀 간 흔적이 없었다. 지금껏 찾아갔던 묘지의 주인 중 학문적으로는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분인데 이렇게 묘지 주변이 소박할 수가. 묘지관리자가 사람들의 흔적을 다 치워버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묘지 주변의 풀들이 너무나 무성했다. 빈 자리는 그의 부인과 자식들이 차지하고 있어 다행이면 다행이었다.


베버의 업적에 대해 말하자면 손가락만 아플 뿐이고, 다만 “미국식 자본주의의 확산은 ‘민주주의의 하향평준화’를 가져 올 것이다.”란 문장이 떠오른다. ‘민주주의의 하향평준화’가 뭘까. 과거에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직업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선생. 하지만 베버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확산은 선생이 상인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 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일이나 학교에서 강의를 파는 일이 ‘평등’해진다는 뜻이다.


상업을 천시하면 안되지만, 인간으로서 돈을 지나치게 밝히는 행위는 비판 받을 만하다. 상인의 덕목은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지만, 선생의 덕목은 본래이윤 창출이 아니다. 더군다나 인간 간 시장적 교환 관계는 사회적 관계를 파괴할 위험이 크다. 베버는 왜 모든 인간들이 획일적으로 ‘합리화’되는 걸 경계했겠는가.


묘지를나와 이제는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철학자의 길’로 향하.기 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도 있었지만주변에 마땅한 음식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케밥집이 가장 알차 보인다. 오늘 점심도 팔뚝만한 케밥으로 결정.

왜 철학자들이 이 곳을 거닐며 사색에 빠졌는지 알 것 같다. 강, 산그리고 쓸쓸히 홀로 위치한 저 거대한 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마음이 어찌 평상시와 같을 수 있을까.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산 속을 걷는 일은 정말 좋은 일이다. 육체적 피로가 정신적 피로를 억눌러서인지 잡념이이 나타나도 금새 사라져 버린다.


계속해서 걷다 걷다 걷는 중에 수많은 쇠똥구리의 시체를 발견했다. 처음엔 풍뎅이인가 하고 살펴봤는데 쇠똥구리가맞다. 초등학생 때 파브르를 동경했던 안목으로서 확실하다. 그런데 시체가 너무 많다. 최소 수십 마리 이상이 깔려 죽어 있다. 아마 이 길을 지나다니는 자전거 바퀴에 짓눌린 듯하다.


숲길이 너무나 큰 나무에 가려 있어 한 낮 임에도 어둑어둑하다. 아마 저런 썩은 나무들에 수십 종류의곤충들이 모여있는 사진을 어릴 적 책에서 봤다. 수컷 장수풍뎅이를 자연에서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아직까지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계속 걷다 돌아왔다. 내일 아침 9시 20분에 뉘른베르크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지속된 걸음에 지루한 감도 생겼다. 처음에는 길 반대편의 강과 성이 눈을 즐겁게 했지만 비슷한 숲 길만 계속되는 순간부터는 흥미가 점점 떨어졌다. 희귀한 곤충이나 도롱뇽, 독수리 등을 봤다면 달라졌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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