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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Sep 23. 2016

의례행위로서의 옛날 음악 듣기

유튜브 댓글을 보다가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종교의 공동체 유지 및 통합의 기능을 연구했다. 각 종교마다 존재하는 특수한 의례 행위를 통해 구성원 간의 유대가 깊어진다고 주장한 그는, 종교 집단을 하나의 도덕 공동체로 보았다. 21세기 현재 전통 종교(가톨릭, 불교 등)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약해졌고 이를 대체하는 다양한 대용 종교들이 생겨났다. 어떤 개념의 ‘기능’만을 초점에 둔다면 스포츠, 여가생활 같은 것들도 대용 종교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우리는 힘들 때면 과거를 곱씹는다. 군대 얘기, 유행했던 TV 만화, 놀이터 놀이, 불량식품등. 한 번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면 더는 못 씹을 정도로 딱딱해진 껌이 되지 않는 한 대화 주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말로 지금이 그 때보다 삶이 팍팍해졌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언제나 과거는 아름답게, 그리고 지금보다는 ‘나은’ 시절로 포장된다.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 문화(익명성을 전제로 한 난잡한 공론의 장)를 혐오하는사람들은 SNS가 없던 시대가 좋다고들 한다. 그 시대에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치고 박고 싸우는 게 훨씬 덜 했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이들에게 유튜브에 ‘90년대 발라드’를 검색하고 노래를 들으며 댓글을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옛날 노래 듣기’라는 ‘의례 행위’를 마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절, 과거의 연인 등을 추억하며 감성 넘치는 댓글들을 달았다. 가슴 아픈 사랑을 했던 이를 위로하는 훈훈한 댓글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재밌는 건 ‘그 시절’을 공유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같은 의례 행위를 통해 ‘착한 댓글’을 주로 작성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도덕' 공동체의 모습이다. 정치 기사에서는 왜 이런 이해와 공감의 능력이 사라지는 지가 의문이다.


 사족으로 이제 막 20대가 꺾인 필자도 그 시절 노래를 들을 때면 마음 속에서 뭔가 뭉클한 것이 느껴진다. 때로는 소주를 마신 뒤 내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90년대는 문화의 최고 황금기라고들 한다. 본인은 문화 일반에 조예가 깊지 않기에 단정지어 말하지는 못하겠으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밴드 자우림의 최고 앨범은 1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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