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치킨은 진짜 드럽게 맛이 없어”
친구의 이모부이자 해당 치킨집 사장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나는 그곳의 알바생이 아니었다. 원래 일했던 알바생이 급하게 다른 일이 생겨 대타로 하루만 도왔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수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님이 굳이 저 말을 꺼낸 이유에는 조카 친구에게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지 못한 미안함이 깔려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런데 사장님의 불만은 멈추지 않았다. 닭은 이런 걸 쓰면 안 된다느니, 치즈가 너무 과하다 등등. 자기가 직접 튀긴 치킨을 헐뜯는 이야기가 계속되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눈치없이 묻고 말았다. 다른 프랜차이즈도 많은데 왜 이 치킨집으로 장사를 시작하셨나요. 사장님의 답변은 명쾌했다. 아, 여기가 창업비용이 제일 저렴하더라고, 교육기간도 짧고. 내 퇴직금 수준에서는 여기가 제일 좋은 선택지였지. 나는 물음을 멈추고 손에 든 치킨을 입에 넣었다. 몇 조각을 남기고 집에 가려는 순간 하루 노동의 대가를 받았다. 현금 5만원. 시급으로 치면 만원이다. 치킨집 알바생 치고 꽤 높은 일당을 받은 셈인데 사장님은 씁쓸하게 웃으시며 이것밖에 못 줘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웃음에는 조카 친구를 더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뿐 아니라 다른 어둠도 서려있는 것 같았다.
회사를 퇴직하고 원치도 않는 치킨집을 차린 게 어찌 친구의 이모부뿐이랴. 한국에는 전세계 맥도날드 체인점보다 많은 치킨집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무리 치맥의 나라라지만 치킨집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한국의 치킨집 사장님 상당수는 닭을 튀기는 일에 뜻이 있어 치킨집을 차린 게 아니다. 단지 노후 대비가 막막해 퇴직금을 쏟아부어 이 좁은 땅덩어리에 닭을 튀길 둥지를 틀었을 뿐이다. 조선 반도에서 ‘퇴직 후 치킨집’은 암묵적인 공식이 돼 버린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을 깨고 새로운 치킨집이 탄생하고 있다. 그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 생(生) 그 자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화한다. 더 이상 불쌍한 병아리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치킨집은 치킨에 뜻이 있는 사람만이 운영을 해야 한다. 퇴직 후 치킨집 사장의 삶을 원치 않는 이들에게 다른 삶의 방식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퇴직자와 남아있는 치킨집 사장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