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언론사에서 탈락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다. 돈은 자유의 원천이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 없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돈 없이는 여행을 다니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기는커녕 밥 한끼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사람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한다.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취직해 돈을 벌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를 꿈꾸는 이라고 다른 건 없다.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더라도 돈 한푼 받지 않고 일할 사람은 열 손가락을 다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오래된 문제가 돼 버린 ‘기레기’ 현상도 결국 돈 문제다. 사실 기레기 현상에는 돈을 위해 저지르는 악행 말고도 여러가지 것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돈을 위한 기레기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것도 언론사 지망생 입장에서.
사람마다 다르지만 단지 돈 하나만을 바라보고 기자를 준비하는 이는 많지 않다. 돈 버는게 유일한 목적이라면 돈도 더 많이 주면서 워라밸도 더 좋은 직장을 가지, 굳이 언론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준비생들은 나름대로 ‘기자’라는 이미지에 어떤 가치를 부여한다. 그 가치를 좇아 언론사 입사를 희망한다. 실제 기자의 하루가 현실적으로, 회사마다, 부서마다 저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지만 말이다.
아마 언론사를 준비하는 대학생이 졸업 직후 들어본 언론사는 종합일간지, 방송사, 경제지를 통틀어 평균적으로 20개 내외일 것이다. 언시 준비 1년은 소위 메이져 언론사만 쓰는 경우가 많다. 이후에도 소신껏 소수의 언론사만 쓰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준비생 상당수는 2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들어본 언론사까지 지원을 하게 된다. 저마다의 ‘마지노선’은 있지만 실제로 언시를 준비하며 새로 알게 된 언론사가 정말 많다. 자신이 꿈꿔왔던 기자의 모습은 뒤로 한 채 일단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언론사 아무곳에나 들어가자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온다. 필자도 그랬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메이져 언론에 가야만 참다운 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지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은 채용도 잘 안 할 뿐더러 처우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런 언론은 극소수다. 한국에 뿌리내린 수천 개의 언론 중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 타언론의 기사를 베껴 제목만 자극적으로 바꾸는 곳이 많다. 보도되는 내용도 거기서 거기다.
많은 이가 지적하는 ‘황색 저널리즘’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껍질 뿐인 언론에도 누군가는 지원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떳떳하지 않은 일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언어의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그가 배설물 같은 기사를 쓰며 생을 버틸 수 있는 이유 중에서는 손에 쥐어지는 돈 몇 푼이 가장 클 것이다.
만일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저런 곳에서 계속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장의 돈 걱정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기레기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황색 저널리즘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언론자정운동이니 하는 것보다는 실효성있는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