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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필 Aug 10. 2019

다윈-종의 기원

인류의 역사를 바꾼 범세계적인 명저

나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팟캐스트를 듣곤 한다.

처음에는 'TV 대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기 위해 의무적으로 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청취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음악보다 내 출퇴근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일방형 친구처럼 느껴진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내게 많은 도움을 주는 참으로 고마운 친구다.


최근 듣고 있는 팟캐스트는 '일당백(일생에 당신이 읽어야 할 백 권의 책'이다.

과거 이 팟캐스트에서 '종의 기원'을 이렇게 소개해 주었다.
Q.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꾼 책 세 권을 꼽자면 어떤 책을 고를 수 있을까요?

A.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윈의 종의 기원'을 선택할 것입니다.


the origin of species


다윈은 1809년 2월 12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같은 해 같은 날 에이브러햄 링컨도 태어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180년 후, 빵필도 1989년 2월 12일에 태어나게 된다.

2월 12일은 위대한 인물들의 탄생일임이 틀림없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잠깐 진화론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인간과 원숭이의 관계다.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이며, 원숭이가 진화하면 인간이 된다. '라는 이야기를 정설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다윈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인간과 원숭이는 같은 생명의 뿌리에서 뻗어나간 종이라고 말하였다.


두 번째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 heory of use and disuse)이다.

라마르크는 '동물들은 일생동안 자신의 필요에 의해 특정 형질을 발달시키며 이를 자손에게 물려준다.'라고 주장하였다.

기린을 예로 들면 높은 곳에 있는 풀을 먹으려고 목을 높이 들다 보니 대대손손 목이 늘어나 지금이 기린이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이후, 현대 진화이론에서 이 주장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뭇잎을 먹기 위해 목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목이 긴 기린이 목이 짧은 기린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오늘날의 기린이 존재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다윈이 그린 생명의 나무


내가 읽어보니 이 책은 기승전결이 없어 흥미 유발 요소가 적고 이해하기 어렵다.

다윈은 이 책에 유머와 간결한 문장을 가미시키기보다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여전히 남아있던 서양 사회에서 창조론이 아닌 진화론을 주장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과학적인 근거를, 그 근거의 근거를 15개의 장에 나열해 놓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그였기에, 더욱더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종의 기원을 써 내려갔다고 짐작해본다.

어찌 보면 종교계가 만든 창조론이라는 거대한 이론에 반박하는 불순한 학문을 세상에 소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다윈은 세계 각국의 학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의견을 구하며 수많은 과학적 근거를 준비해 이 책에 넣었다.

이 정도의 치밀함과 준비성을 갖춘 사람이 또 있다면 결혼을 반대하던 장인, 장모님도 결국 따님과의 결혼을 허락했을 것이며 1번만 찍던 어르신들도 투표장에서 2번을 찍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수 천 개의 사례와 반 페이지를 채우는 긴 문장들도 존재하지만,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문장을 이용하여 최대한 쉽게 요약해보겠다.







제1장 사육과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이 



                     각기 다른 모습의 집 비둘기는                     한 종의 들비둘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에 의해 사육되고 재배되는 동식물의 변이는 영국의 집 비둘기의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집 비둘기를 키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다윈은 집 비둘기가 저마다 각기 다른 특생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종은 굵고 긴 부리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다른 종은 멋진 부리 대신 긴 다리와 큰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종은 희한한 소리를 내기도 하였으며 터빗이라는 종은 가슴 쪽 깃털이 반대방향으로 자라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다윈은 관찰과 교배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밝혀낸다.


첫 번째는 집 비둘기들은 저마다  각각 다른 외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7~8종으로 나뉘어야 하는데 당시 영국에서는 세계의 비둘기를 크게 3종으로만 분류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4~5여 종의 비둘기는 과거에 멸종했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인도에 어떤 비둘기 종이 살아가고 있는지까지 훤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다른 종이라고 여길 만큼 외형적인 차이를 보였던 비둘기가 서로 교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종이 다르다면 교배가 어려워야 정상이나 각기 다른 형태의 집 비둘기는 서로의 모습은 합친 새로운 모습의 집 비둘기를 낳았다.


이 연구를 통해 다윈은 7~8종의 집비둘기는 들 비둘기라는 단 한 종으로부터 특정 형질만 유전되도록 조작되어 왔으며 그 조작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 비둘기를 통해 '인간은 종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윈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종을 조작할 수 있다는 인간의 위대함이 아니다.

아마도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지구의 역사에 비해 보잘것없는 시간을 보내온 인류도 이러한 종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자연은 얼마나 거대한 종의 변화를 이끌어왔겠는가'라는 거대한 흐름을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한다.





제3장 생존경쟁 



여러분이 생존을 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대상은 누구인가?

호랑이나 사자? 코끼리? 너무 강해서 상대가 안된다면... 고양이나 강아지?

모두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대는 바로 동일한 종인 사람이다.

나는 생존을 위해서 모두와 경쟁해야 하며 번식을 위해서 남성분들과 경쟁해야 한다.

 

다윈은 여러 개의 생존경쟁 사례를 제3장에 기록해 놓았지만, 나는 일당백의 정박님께서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예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곰이 이 글을 읽고 있는 호날두와 메시를 쫓고 있다.

저 앞을 달려가고 있던 메시가 갑자기 신발 끈을 묶는 여유를 보이길래, 호날두가 외쳤다.

'어이 메시! 신발끈 묶을 때가 아니라고! 곰이 쫓아온다는 사실을 잊은 거야?'

메시다 답했다.

'어이 날두! 난 괜찮아. 너보다만 빨리 달리면 살 수 있어.'


생존을 위해 위협적인 종을 모두 멸종시키지 않는 이상,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은 잡아먹히지 않고 생존과 번식을 하기 위해 이 세상의 모든 종은 같은 종끼리의 생존경쟁을 펼친다.


겨우살이


다윈은 겨우살이를 생존경쟁의 대표적인 생물로 예를 들었다.

겨우살이는 사과나무와 그 밖의 몇몇 나무에 기생하며 살지만, 조금 무리하여 말하자면 이런 나무들과 경쟁한다고도 볼 수 있다. 

너무 많은 겨우살이가 나무에 붙으면 나무는 시들기 때문이다.

같은 가지에 밀생 하는 겨우살이는 번식 때도 경쟁한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겨우살이들은 새들을 유인하여 먹힘으로써 씨를 퍼뜨린다는 점에서 새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다른 나무의 열매나 다른 겨우살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야만 번식을 할 수 있다.






제4장 자연선택 또는 적자생존 



나는 제4장을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요약해보았다.

'자연은 변화한다. 고로 절대적 우성과 열성은 없다.'


생물은 무수히 오랜 시간 동안 유전을 통해 변이 성질을 갖게 된다.

유리한 변이로 생존경쟁에 유리한 유전자를 갖게 된 개체들은 그 성질을 자손들에게 산출하는 경향을 갖게 되는데 다윈은 이러한 자연선택을 적자생존이라고 말하였다.

물론 가장 우수한 성질을 지닌 생물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하등하고 단순한 형태도 만약 그 환경에 적합하게 어느 정도 진화되었다면 그들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은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객체가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이 예를 하나 가져와보았다.



주변 환경에 따라 천적들에게 눈에 띄는 기준이 달라진다. (곤충, 벌레를 싫어해서 화질을 최대한 낮추어 게시한다.)


1848년, 애들 스턴이라는 나비 연구가는 맨체스터에서 흰 바탕에 검은 점, 선이 있는 나방을 발견하게 된다.

수집가들은 희소성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흰색 나방들의 도시였던 맨체스터에서 검은 나방의 발견은 나비, 나방 사냥꾼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 검은색 변종 나방은 시간이 지나며 주변 지역에서 더 발견되기 시작한다.

1860년에는 체셔에서, 61년에는 요크셔, 70년에는 웨스트 몰랜드, 78년에는 스태퍼드셔, 97년에는 런던에서까지 채집되었다.

처음 관찰된 직후, 검은색 나비는 어디서나 흔해졌고 결국 흰 나방이 검은 나방보다 희귀해졌다.


왜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났을까?

20세기 옥스퍼드 대학의 케틀웰은 실험을 통해 흰 나방들이 왜 사라졌는지 증명하였다.

당시 맨체스터는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는데, 공업지대의 새카만 매연들은 나무를 검게 물들였으며 하늘에 많은 먹구름을 만들어냈다.

날씨가 맑고 공기가 좋았을 때는 흰 나방들보다는 검은 나방들이 점박이 딱새, 노랑 멧새들과 같은 천적들의 눈에 쉽게 띄었다.

그러나 매연에 의해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여 흐린 날이 연속되면 어느 종이 더 새들에게 쉽게 발견될까?

매연이 만든 그늘은 검은 나방이 천적들의 눈에 띄지 않게 도움을 주었으며, 어둠 속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흰 나방들은 새들에게 잡아먹혔다.

우연히 유전적 변이가 이루어져 흰 나방이 검게 변한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 즉 자연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존에 적합한 종이 결정된 것이다.







제5장 변이의 법칙 


재배와 개조를 통해 조작한 변이, 사육과 재배에 의한 변이는 설명이 가능하나 자연 상태에서의 변이는 완벽히 설명하기 어렵다.


변이는 자연상태보다 사육, 재배되는 생물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변이의 법칙의 십 분의 일이라도 우리는 감히 설명할 수가 없다.

우리가 분석할 수 있는 변이는 같은 법칙이 같은 생물에게서 비교적 동일하게 작용할 때만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의 생물은 오랜 시간 동안 완만하게 변화되어왔기 때문에 이를 과학적으로 상세히 분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조상의 형질을 귀선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비브라는 새는 매우 드물게 푸른색  새를 낳는데 잠복적인 성향을 가진 이 형질은 세대를 뛰어넘은 후손들에게 발견된 사례가 있다.

자손과 그 조상들 사이에 있는 그 개개의 미세한 차이에는 원인이 있어야겠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각개의 종들이 자연에 적합한 형질을 유전시켜 유리한 차이를 누적시킴으로써 생존, 번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를 우리는 갖고 있다.



이 책은 진화론을 주장하는 다윈의 아주 긴 논증이 담긴 책이다.

약 900페이지의 내용을 완벽히 요약하긴 어렵지만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모든 생물의 개체는 저마다 다른 외형과 본능을 가지고 있다.

2. 생물마다 상이한 이 형질은 유전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유익한 편차를 보존할 수 있도록 생존경쟁에 적합하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3. 그리고 이 유리한 형질은 앞으로의 자연 상태의 생존을 위해 더 적합하게 변화할 것이다.

   유전적 성질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더 적합하게 발달한 종이 후대에 

   살아남는 것으로 우리는 이 것을 자연선택, 적자생존이라고 말한다.

4. 우리는 지구 상의 존재하는 생물의 10~20%인 150만 종밖에 발견하지 못했고, 과거 생물이 화석으로 남으려면 퇴적층(특정 지층)이라는 기본 조건이 주어져야하기 때문에 0.001%만이 화석으로 남는다.

모든 종, 속, 과, 목 등을 분석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특수장 창조주에 의해서가 아닌 어떤 소수의 생물의 직계 자손이라고 생각된다.

5. 많은 식물과 숲 속의 조류, 날아다니는 곤충과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형태가 서로 몹시 다르지만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얽혀있고 의존되고 있다.

최초의 생물은 조물주에 의해 하나 또는 소수의 형태로 생명이 부여되었지만, 그 단순한 발단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놀라운 무한한 형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자연이 얼마나 장엄하고 위대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다윈 이전에 루소와 디드로 등의 철학자들은 이미 진화사상을 피력한 바 있다.

용불용설을 주장한 라마르크는 체계적인 이론으로 진화론을 발표하였으나 기존 학설(종교계)의 세력에 의해 압도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이 현대에 이르러 성공한 학설로 인정받은 이유는 이 주장을 수렴할 수 있는 분위기가 19세기 즈음에는 이미 잘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절대적인 힘은 르네상스 이후로 서서히 약화되어가고 있었으며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해 복잡 다양화되는 사회는 새로운 학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에디스는 축음기를 개발할 때, 이 기계의 대표 기능으로 발음 교정, 유언 녹음, 문서 구술 등의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명 후 얼마 되지 않아 축음기는 음악을 재생하는 기구로 쓰이게 되었고 에디슨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발명과 발견이 인정받고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개발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큼이나 사회의 수용력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윈은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섬 주변을 항해하였으며,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멘델의 유전의 법칙과 같은 후속 연구 결과들이 속속히 발견됨에 따라 세기의 학자로 인정받게 된다.

이론과 뒷받침하는 근거가 훌륭한 부분도 있지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층 더 현대화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발표된 이론이라 더 빛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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