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푸드도 와구와구
아마존이 홀푸드를 샀다고?
그날, 아침에 기사를 보자마자 뭔가 기분이 싸하다. 그렇지, 내 주식이 떨어지는 것도 화나지만 설마설마하며 지켜보던 게 오르고, 내 돈도 아니지만 하나도 벌지 못한 게 왠지 배 아프기도 하다. 장외 시간을 포함해도 큰 변동 없이, 홀푸드 주식은 대략 30퍼센트 정도 오르고, 다른 모든 마트 주식들은 하락세를 쳤다. 많은 기사들과 사람들은 신의 한 수, 역시 제프 베조스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아마존이 지배영역을 넓혀가는 것에 대해, 혹은 다른 업체들과의 비교를 들이밀며 재미난 기사와 오늘 돈이 얼마나 움직였는지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졌다.
나는 비록 돈을 전혀 벌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조금은 다른 관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산다? 사실 행동력이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베조스씨의 야망은 더욱 크고 더욱 미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냥 역시나는 역시나구나 싶은 생각이 주를 이룬다. 내가 궁금한 점은, John Mackey(Whole Foods CEO)가 왜 팔았을까? 였다. 왜? 그는 대체 왜? 텍사스에서부터 전국구가 될 때까지 창업자이자 경영자였던 그는 어떻게 판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바로 전날 까지, 그는 "Greedy Bastard"라며 대주주로 들어와 있는 Jana Partners라는 헤지 펀드를 욕했다.
http://fortune.com/…/whole-foods-ceo-greedy-bastard-invest…/
이게 굉장히 흥미롭다. 이 헤지펀드는 이미 Safeway나 Petsmart 등 이미 비슷한 일을 여러 번 해온 유명한 헤지 펀드이면서, 홀푸드를 팔아버리는 데는 그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순간에 실행해 버린다.
https://www.forbes.com/…/whole-foods-shares-spike-as-acti…/…
올해 4월, 혹은 그전에 홀푸드의 주식을 9퍼센트 가지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계속 매각 압력을 넣어왔다고 한다. 기사에 근거한 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6월에 팔아 버린 것을 보니 테크 기술을 도입하고 더욱 정상화시키려는 노력보다는 바로 처분할 기세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홀푸드는 13억 불 정도에 팔렸고, 결국 그 헤지펀드는 1억 불 정도를 소유하였기 때문에 여기서 이미 30퍼센트, 최소 3천만 불 정도는 불려버렸다. 그럼 홀푸드의 CEO는 과연 얼마나 벌었을까? 놀랍게도, 그가 가진 주식은 98만 주, 고작(?) 9백만 달러를 받았다. (그 고작의 고작이라도 받고 싶다)
http://www.cnbc.com/…/whole-foods-ceo-john-mackey-earned-8-…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안타깝다. 혹자는 쌤통이라는 말도 쓴다. 그도 그럴게 홀푸드 경영이 최근 들어 고착화되기도 했고, 좀 지나긴 했지만 보이콧에도 시달리긴 했던 터라 전형적인 그의 과거 모습들을 떠올리며 그리 좋게 생각하는 여론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이 참 궁금했다. 보통 이런 엄청난 딜이 나오면 양측의 입장과 CEO간의 대화, 혹은 여러 입장의 기사들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이상할 정도로 아마존의 새로운 행보와 주식을 비롯한 돈잔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의아했다.
이번 진정한 승리자는 역시 아마존이다. 거칠 것 없고, 또 이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편리하게 해줄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마치 월마트를 악역으로 치부하고, 치고 또 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활빈당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이제 오히려 어지간한 회사보다는 급이 더 커졌다는 게 문제)
베조스씨가 알렉사를 통해서 홀푸드를 샀다는 농담이 나오는데, 그도 그럴 것이 Jana가 들어가고 나서 배송까지 얼마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좋은 딜을 통해 구매한 것 같고 게다가 여론까지도 긍정적 반응이 더 크다.
다음 베조스 쇼핑 목록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뭘 사도 놀랍지 않다. 만일 작은 나라라도 하나 사서 국가를 설립한다면 모를까.
그저 홀푸드의 CEO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