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선물하세요?
길모퉁이의 현숙 씨의 작은 소품샵. 3평 짜리 작은 공간에는 현숙 씨의 취향으로 가득 했다.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 인형이 줄 서 있고 햇빛을 받으면 춤추는 새싹 장난감이 쇼윈도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동전 지갑과 아기자기한 도자기와 청동의 소품이 늘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력 상품은 아기옷이었다. 색색깔의 행커치프부터, 귀여운 내복, 동물 귀가 달린 모자 들. 내 작은 분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싶어한 부모들의 바람을 이뤄줄 엄마와 아이의 커플룩까지.
동대문 아이옷 시장은 새벽에 열려서 오전 12시면 문을 닫았다. 새벽같이 아침 첫차를 타고 가면 어스름한 하늘에 조명이 환했다. 이미 한차례 사입을 마치고 옷이 가득 든 봉투를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이 거리에 가득했다. 다들 참 부지런도 하지.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며 간 옷 상가의 좁은 길에 모두 길게 줄을 서서 옷을 샀다. 이거, 파란색도 있어요?
현숙 씨의 남편은 IMF를 당했다. 맹장 수술 후에도 빨리 복귀해야 한다면서 부지런히 가스가 나오도록 걷던 사람은 집에만 있게 되자 괴로워했다. 뭐든 먹고 살려면 하지못할 일이 있냐면서, 현숙 씨는 리어카라도 끌면서 과일 장사라도 하자고 했다. 남편은 그런 건 못하겠다며 돌아누웠다.
다행히 상가에는 빈 가게가 많았다. 현숙 씨의 아이는 엄마를 따라 가게에 왔다. 아이는 가게에서 파는 옷을 입었다. 자기가 파는 옷은 내 아이에게 입힐 만한 옷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끔 아이와 함께 동대문 아이옷 시장에 가면, 상인이 자기가 판 옷임을 알아보고 손님에게 이 옷이 이렇게 예쁘다며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가끔 상인이 현숙 씨와 현숙 씨의 아이를 알아보고 자기가 파는 옷을 선물로 주면서 한 번 입어봐 줬으면 하기도 했다. 매일 다른 옷을 입은 현숙 씨의 아이는 골목을 휘젓고 깔깔거리면서 친구들과 놀았다.
엄마 얼굴이 달덩이 같아. 일찍 문을 열고 가장 문을 닫는 가게에는 요리를 할 공간이 없었다. 주변 가게에서 배달을 시키거나 혼자 먹어야 했지만, 현숙 씨는 혼자서 배달이나 식사하는 걸 어려워했다. 집에서 대충 싸간 도시락을 데우다가도 손님이 오면 손을 놓기 일수였다. 오래 앉아있어 다리도 저렸다. 늦은 밤 부은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현숙 씨의 아이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현숙 씨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연신 하품을 했다.
어느 날 파리한 행색의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남자 아이 내복을 달라고 했다. 키가 몇이냐고 물어보니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럼 몇 개월인지 알려주세요. 그맘때 아이들은 개월 수에 따라서 비슷하니까, 옷을 거기에 맞춰서 사도 돼요. 여자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첫돌이 막 되는 아이라고 했다. 여자는 곰돌이가 그려진 내복을 골랐다. 천 원짜리로 값을 치뤘다. 선물 포장 해드릴까요?라는 물음에는 고개를 저으며 물건을 받자마자 나갔다.
며칠 뒤 여자가 다시 들어왔다. 현숙 씨는 옷이 잘 맞았냐고 물어보며 손님을 맞았다. 여자는 뜯지도 않는 내복을 다시 내밀었다. 너무 크더라구요. 이것보다 한 사이즈 작은 게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서 생각보다 아이가 작았어요 하고 속삭였다.
현숙 씨는 새로 내복을 꺼냈다. 선물 포장 해드릴까요? 여자는 아뇨,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다가 다시 아니, 선물 포장 해주세요, 제법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현숙 씨는 카운터 아래 포장지들을 살피다가, 작은 곰돌이들이 선물을 들고 있는 그려진 포장지를 골라서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2022.01.14.금
글감: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