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물어보지 않았을까?

매일 2-4시 나은글방에서 글을 씁니다.

by 금모래

나는 왜 고기를 좋아할까? 왜 네가 ‘비건’과 ‘페스코’라고 이야기 했을 때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까? 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넘처나는 곳에서 내 질문은 이미 수십번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남의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실례지. 비건은 채식주의자이면서 페스코는 비건 중 하나의 종류야. 이 정도의 지식만으로도 우리의 만남과 식사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나는 물어보지 않았어.


네가 해주는 음식은 항상 맛있었고 함께 가는 음식점은 훌륭했지. 너와 함께 매번 식사하면서도 네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사줘야겠다고 결심할 때, 나는 가죽 지갑을 보고 있었던 무심함을 알까? 그때 나는 채식주의=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식사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공부하려는 의지도 없이.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좋은 게 좋은거니까 하면서.


‘가죽은 싫어!’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나는 네가 하는 일이 취향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 바보같지? 책에서, 웹툰에서, 브런치에서, 트위터에서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내 눈앞에 둥둥 떠나녔고 나는 황급하게 먹어치웠어. 나는 그제서야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알게 됐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기가 좋아해. 너와 함께 하지 않은 식사 자리에서는 고기를 먹어. 하지만 그게 이전만큼 맛있거나 즐겁지 않아. 하지만 고기를 먹어. 때로 너와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 내가 육류를 먹을 때 조금 괴로워하면, 너는 항상 먹을 때는 즐겁게 먹으라고 이야기 하지.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기 어려워. 세상에는 너무 맛있다고 이야기 하는 육류들이 넘쳐나고 왜 나는 그걸 먹고 싶어할까. 먹으면서 왜 즐거워하지 않고 무기력하다 느낄까.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적어도 너와 함께 하는 식사는, 가장 맛있고 즐거워. 그건 정말 사실이야. 이제 나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질문을,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할 수도 있어. 이제는 궁금하고, 먼저 이 길을 걸은 이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거든.



글감: 무기력

2022.0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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