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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Jul 23. 2017

Knockin’ On Heaven’s Door

Gloria Gaynor 의 ‘I will Survive’라는 익숙한..

Gloria Gaynor 의 ‘I will Survive’라는 익숙한 곡과 함께 fade-in 되며 시작하는 영화.

보고 나면 뭔가 먹먹해지고 죽음 혹은 인생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해주는 그런 영화다.(그리고 테킬라와 레몬, 소금이 먹고 싶어 진다.)


마초남 마틴(左)과 샌님 루디(右)가 처음 만난 병실

내용은 굉장히 단순하다.

뇌종양 말기 환자인 마틴과 골수암 말기 환자인 루디는 병원에서 우연히 처음 만나 함께 바다를 찾아 여행을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리면서도 중간중간 무거운 주제를 던지곤 한다.

아니 근데 왜 저기에 데킬라가..

저 테킬라를 마시고 취한 마틴은 아직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루디의 말에 바다로 갈 것을 제안하고 주차장에서 한 벤츠를 훔친다.

그런데 그 차에는 100만 달러가 들어있는 악당들의 차였다. 자동차를 놓친 악당들은(꽤 멍청하게 나온다.) 총을 마구 쏴대 가며 이들을 뒤쫓고(근데 웃긴 건 영화 전반 내내 총격씬이 많이 나오는데 죽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차 트렁크에 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쫓기는 마틴과 루디는 어쩌다 은행강도짓까지 하게 되어 수배가 되는 등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

어차피 시한부 인생인 생황에서 법이든 질서든 지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갱들에게 붙잡히게 되는데 갱들은 “우리 돈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라고 하지만, 마틴과 루디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들은 어차피 병원에서 죽음을 언도받았기 때문에. 그들에겐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고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셈이니까.


어딘가 모자른 악당들, 총에 맞는 사람이 없음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쾌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고 황당한 일들의 연속으로 빠른 전개가 되지만 이따금씩 마틴이 발작을 일으켜 갑자기 쓰러지는 등 유쾌한 분위기는 희소되고 다시 원래 여정을 이어나간다. 아마도 감독이 시한부 인생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설정을 이렇게 보여주려고 했었던 것 같다.


마틴은 뇌종양 말기환자다

두 남자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 전 소원 한 가지씩만 이루고 가기로 한다.

마틴은 어머니께 캐딜락을 선물해드리고 (하필 슬프게 비 오는 날 찾아가는데 어머니는 코는 어쩌다 다쳤니 왜 자주 오지 않았니라며 걱정만 하시고.. 그리고... 어머님은 면허가 없다고 하셨어) 동정남이었던 루디는 두 여자와의 잠자리를 택한다.


그리고 갱단에 붙잡혀서 두목에게 끌려가나 두목은 그들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멋진 대사를 날린다.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그럼 뛰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들은 바다에 도착하게 되고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장면이 나온다. 아무 말없이 그들은 테킬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다가 마틴이 쓰러지고 Bob Dylan의 knocking on heaven’s door가 흘러나오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objects in the mirror are closer than they appear

영화 중간에 차를 훔쳐 달아날 때 마틴이 운전석에서 사이드 미러를 응시하는데 이런 글이 적혀있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굳이 이 컷을 잡아줄 필요가 없는데 유독 클로즈업해서 글을 다 읽을 수 있게 2~3초간 보여준 것은 아마도 감독이 의도한 것일 게다. 그들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삶에서 중요한 것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죽음에 초연하여 담담히 받아들인다면 이들과 같이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현실에 치여 아등바등 사는 삶이 옳은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영화였다.

지금까지 봤던 영화 중에 감히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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