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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Nov 13. 2017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 2011)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살다 보면 누구나 뭔가 기적이 일어나길 꿈꾼다. 

그 형태가 로또가 되었든 타임머신이 되었든 아무튼 획기적으로 바뀌는 판타지를 꿈꾸고 또 그런 이야기들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위대한 판타지는 현실에서 나온다.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로드리게즈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 발매한 2장의 앨범은 단 6장만 팔리는 대실패를 겪고 그렇게 잊힌 아티스트가 되었으나 판매된 6장 중에 1장의 레코드가 우연히 남아공으로 건너가게 되어 남아공에서 초대박 히트를 하게 되었다

적어도 남아공에서는 밥 딜런, 롤링스톤즈, 엘비스보다 위대한 가수임에도 의문 속 미스터리로만 남은 가수. 



1970년대 당시 남아공에서는 군부독재와 인종차별정책으로 인한 억압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자유를 말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유통된(남아공에서는 정식으로 팔지 않았으니 물론 불법복제) 로드리게즈의 앨범은 부드러운 기타 선율에 비참한 현실을 위로하고 자유를 노래하는 저항적인 가사로 로드리게즈의 목소리를 통해 담담히 읊조리고 있었다. 억압받던 남아공 사람들이 이 노래들을 듣고 열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40년간 꾸준히 팔렸다고 하니 최소 수십만 장 팔렸을 것이라 추정된다.)

하나 팬들은 그가 자살을 했다는 루머 외엔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몇몇 팬들이 직접 가수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앨범이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로드리게즈는 그저 실패한 무명가수. 고향인 디트로이트에서 고되고 가난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아공의 열성적인 팬의 끈질긴 추적 끝에 로드리게즈와의 통화에 성공하고 '남아공에서는 당신이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유명하다고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남아공에서 그의 앨범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1998년 드디어 남아공에서 수천 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그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환호하는 사람들 때문에 공연 시작이 지연될 정도였지만 그런 사람들을 향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를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남아공에서 공연을 하고 나서도 디트로이트에 돌아와 40년째 같은 집에 머물며 이전과 같이 육체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는 "입을 것, 먹을 것, 잘 곳만 있으면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은 없다."라고 하며 수입의 대부분을 자신이 성공하기 전 신세 졌던 친구,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본인은 변변한 휴대전화 하나 없이 살아간다.


그는 그저 묵묵히 순간순간 감사하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세속적인 물질과 성공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서 놀라움과 경외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살다 보면 로드리게즈처럼 실패와 좌절을 겪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나도 활자에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고통 그 자체로서 견디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언젠가 기적이 찾아오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담담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것, 그 자체가 바로 기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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