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效率, efficiency)
나는 지금까지 '효율적'인 것에 집착하곤 했었다.
즉,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 싶은, 한마디로 잔머리를 굴리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삶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제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영어회화 하루 10분만 3개월 하면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라던지 '매일 열 번씩 이 동작을 따라 하면 당신도 몸짱이 될 수 있다' 정도의 얄팍한 광고에 속아 늘 한 번씩 시도해보고 안되면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내가 관심 갖고 잘할 수 있는 분야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항상 그렇게 효율적으로 해오진 않았던 것 같다.
가령 내가 잘하는 것 중에 농구를 예로 들면, 물론 내가 태어날 때부터 농구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중학교 때까지는 축구만 했다. 왜냐하면 농구는 일단 키가 커야 유리한데 중학교 이전엔 키가 작아서 농구할 때 공 한번 만져보기 어려웠기에 농구 자체가 재미없었고, 무엇보다 슛을 던져 골을 넣는 게 목적인데 높이 매달려 있는 골대에 슛을 던지려면 '당연히' 슛을 하는 연습을 해야 골을 넣을 수 있다.
한두 번 요행히 던져 들어갈 때도 있겠지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슛 연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혼자 하는 슛 연습은 지루하고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그때도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주말이면 주변대학교 농구 코트장을 찾아 대학생 형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 형들이 말해준 방법은 맞는 말이었지만 초보자인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기초적인 훈련이 덜 되어있기 때문에 차라리 혼자 드리블 연습부터 하는 게 나았다.
그것도 모르고 겉멋만 들어서 마이클 조던이 하는 플레이만 어설프게 따라 했으니 같이 농구하는 사람들한테 욕먹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하나씩 실력을 쌓아 올려간 몇 년 뒤 마침내 대학교 교내 체육대회 때 과 대표로 우승을 하긴 했지만.)
어떤 '효율적'이라는 방법론에만 의지해서 자신의 노력을 들인 '내면화'과정을 무시했던 것 같다. 혹은 그런 노력을 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해서 힘드니까 피하고 싶었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미 그 분야에 능통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단지 그 방법만 따라 하기에 급급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세상에 어떤 좋은 방법론도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공부도 업무도 심지어 게임조차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훈련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서툰 단계를 지날 수가 없다. 그저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 싶어 약삭빠르게 남이 했던 효율적인 방법만 취하는 것은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역설적으로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실패와 고난의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본인이 실패를 거듭한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지 말길 바란다. 더 큰 성공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아주 비효율적인 과정 중일 수도 있으니까 힘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