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즐거움
아아 세상에는 행복한 즐거움이 너무 많다. 햇빛이 환한 날에 개와 함께 강 가를 산책하는 기쁨, 하루의 목표를 성취한 후 퇴근하는 기분, 따스한 물에서 하는 수영, 드론 날리기, 숲 길에서 자전거 타기, 승마, 페러 글라이딩, 갓 구운 팬케익...
그중에서도 하루의 일과가 끝난 한가한 시간에 편안한 음악을 틀어 놓고 고소 쌉살 달콤한 커피 향을 맡으며 책을 읽는 즐거움은 마음도 풍요롭게 해주는 빼어난 즐거움이다.
또한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글로 옮기는 창작의 즐거움도 개인적으로는 큰 기쁨인데 이것은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글이 막혔을 때의 스트레스, 그리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의 실망과 좌절감이 너무 커서 자꾸만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독서에 대한 압박감을 버리니 즐거운 책 읽기가 되었듯이 글도 잘 써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일기를 쓰듯이 부담 없이 즐거운 글 쓰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떤 작가는 직장에 출근하듯이 무조건 하루에 8시간을 글을 썼다고 하며 소위 천재들도 창작의 고통을 겪고 애를 쓰지 않으면 성과가 없다는 게 사실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힘들여 억지로 짜내기보다는 과일이 익을 때를 기다리듯이 삶의 경험과 독서가 쌓이면 좀 더 원숙한 글이 나올 때가 있을 것으로 믿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끝나버린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내 재능의 한계라면 아무리 원하고 바란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붓을 드는 이유는 최근에 읽은 뇌에 관한 두 권의 책 때문이다. 하나는 David Eagleman의 Livewired(The inside story of the ever-changing brain)이고 또 한 권은 마이클 라이언의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이다. 전자에서는 '인간의 뇌는 사용하는 쪽으로 계속 발달이 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져 버린다'라고 하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계속 습관화시켜야 하므로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 됨을 깨달았고 후자에서 배운 것 '뇌가 끌리는 아름다움은 그 특성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상식이나 학설과 반대로 생물종의 감각 능력의 발달 정도에 따른 능력의 한계 내에서 이미 선호가 결정이 되고 그에 따라 성선택의 진화가 이루어지며 그 결과가 생존에 유리한 경우에 무작위적으로 그 특성에 후대에 이어진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섹스 식탐 도박 마약 등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것은 원하게는 하지만 즉각적 쾌락을 보상하는 엔도르핀 분비와는 별개이다. 좋아함이 원하게는 만들지만 같은 자극에 익숙해지는 성향 때문에 원하고 성취한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바로 쾌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등의 내용은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이를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잊혀 버린다는 사실 때문에 일단은 생각이 들 때 쓰고 보기로 한 것이다. 재미나 예술성은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가 읽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말고 그냥 취미로 내 시간 보내기라고 생각하고 쓰기로 했다. 완성 후에 지워버릴 만다라를 모래 위에 정성껏 그리는 승려들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듯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깨달음이 있다면 글을 쓰는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날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허무하게 지나가는 때도 있겠고 헛된 생각에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욕심만 버린다면 인생이 즐거워지듯이 내 삶에 있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하루 이 한 시간이 독서와 경험을 통해 받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아름답고 즐겁고 소중한 시간인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내 인생 전체가 그러하였듯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