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변화와 도전

by 이윤수

오래전 배낭여행으로 독일 하이델부르그를 방문했을 때 칸트가 산책을 했다던 '철학자의 길'에 가본 적이 있다. 지금은 관광코스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고성과 아담한 시내와 강과 다리를 내려다보는 완만한 언덕길 산책로가 깔끔해서 사색을 하기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평생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로 산책을 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칸트의 속 마음이 어땠는지는 모르고 그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요즘에는 겉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집 안의 가구와 도구들을 가능하면 꼭 필요한 것만 비치하고 항상 제 자리에 정돈을 해 놓으려고 노력하며 하루의 일상도 기상 후, 운동 아침식사, 일, 산책, 독서, 음악 감상, 텔레비전 보기, 취침 등 정해진 순서대로 하고 주말에도 계절에 따라 자전거, 골프, 등산, 스키 등 약간의 변화만 주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좋은 점은 일상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의 매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그 하는 일의 내용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일 수가 있어서 참 좋고 편안하다. 그래서 겉으로는 같은 행동의 반복이지만 그 내용은 매 번 달라지고 새로워져서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다. 즉 무변화가 변화를 보장하고 지루함이 흥미를 보장하는 모순이다. 그렇다면 이 처럼 겉에 보이는 것 말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스님들이 같은 불경을 수 없이 반복하지만 그 정신세계는 항상 새로운 창공을 날아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여행은 집이 얼마나 편안한지를 알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참 모순적인 논리인데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모순으로 보이는 것이 나름 이유가 있고 궁극적인 '중도'라는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생존과 풍요를 보장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사실 동물의 뇌가 이처럼 익숙한 것에 금방 싫증을 내고 나아가 감각과 의식조차 마비가 되어 변화를 갈망하면서 한편으로는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원래 생명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즉 배가 고프면 맛있는 음식을 찾고 배가 부르면 운동을 하여 에너지를 소비하며, 힘이 들면 쉬고 싶고 또 한참을 쉬고 나면 또 움직이고 싶다. 또한 목숨을 걸고 짝을 찾았다가도 금세 다른 짝을 찾아 나선다. 모험과 도전에 흥분하고 그를 찬양하지만 그 때문에 지치면 다시 또 평화를 갈구한다. 참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치지 않은 정도로 생명체의 안정과 발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기까지만 글을 쓰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려고 한다. 적당히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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