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대로 보지 말고 아는 대로 믿지 말라

by 이윤수

우리의 일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눈을 뜨면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그리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좀 더 잘까? 얼른 일어날까? 아침은 뭘 먹고 무슨 옷을 입을까? 등등의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어떤 작업을 택할까? 어떤 주식을 살까 팔까? 누구랑 결혼을 하지? 등등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 또 달려오는 사자와 자동차 앞에서 어느 방향으로 피할까? 등등의 목숨을 건 순간적 판단도 필요하다. 삶은 곧 선택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삶의 성패를 좌우하며 우리는 자신의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선택을 할까? 본능적으로? 합리적으로? 직관적으로? 무엇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가? 내가 선택한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까?

사람은 자신이 보는 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자신의 생각을 쉽게 고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각과 인식, 의식, 판단에는 많은 오류가 있다. 최근의 뇌과학과 행동경제학, 인지 심리학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우리는 주변 환경에 따라 길이나 원근이 다르게 보이는 착시에서부터 수많은 착각이 가능하고 우리의 기억조차도 얼마든지 사실과 다를 수 있고 심지어 조작도 가능하다. 인간은 필요하다면 스스로를 속이고 합리화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하면 나도 그렇다고 믿게 된다. 우리 편은 옳고 상대편은 나쁘다고 생각하며 자기가 한 번 맞다고 믿으면 그다음엔 거기에 부합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다른 정보는 무시해 버린다. 물건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객관적 가치와는 별개로 어떻게 포장되고 전시되어 있느냐에 따라 구매욕구가 달라지고 처음에 제시된 물건 값이 있으면 그것이 기준이 되어 그다음에 제시되는 가격을 평가한다. 그 외에도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나 경향지속을 선호하고 믿는 등 수많은 사고의 오류들이 실험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

선택과 행동에 있어서도 때로는 행동을 먼저 하고 나중에 생각을 하기도 하고 선택을 먼저 하고 나중에 그 선택의 정당성을 찾아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의 지배를 받는 직관이 더 빠르고 논리적 사고는 더 느리게 일어나기 때문이며 각각을 처리하는 뇌의 위치도 서로 상이하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하듯이 모든 관념과 진리도 그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옳은 것이므로 아무리 좋은 것이나 옳은 것에도 얽매이거나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그것이 최고의 깨달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이 객관적으로 믿을 수 없는 사고를 하는 것은 그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인간 생존에 필요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착각과 망각이 없다면 인간은 미쳐버릴 것이며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재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며 괴롭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번뇌와 잡념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무기인 추상능력 즉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믿으며 가능한 상황에 미리 대처하는 시뮬레이션의 한 과정 또는 부작용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고의 오류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오류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 오류가 일어났을 때 이것이 오류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 즉 일종의 meta cognition(자기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깨달음의 출발점은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다고 고집을 부리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때 다른 관점으로 보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의 견해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무작정 휩쓸리지 않도록 또 조심해야 한다. (아아 부처님은 그 옛날에 이것을 어떻게 아시고 모든 것이 허상이니 관념과 생각을 뗏목처럼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설파하셨을까?)

이렇게 겸손한 자세로 아집만 버려도 많은 실수를 줄이고 근본적 이해관계 대립에 의한 것이 아닌 다양한 갈등과 싸움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택의 기회도 없이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에 쫓기듯 살아가야만 하던 고통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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