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행복하고 편안하고 미안하고 감사하다. 불행과 고통도 감사하라 했는데 이렇게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으니 어찌 순간순간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아침에 일어나면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시리얼과 우유로 아침을 먹는다. 이 맛있는 음식을 기르고 운반하여 이렇게 내가 배고픈 고통을 면하고 맛있게 먹고 힘을 낼 수 있게 해 준 농부와 어부와 상인과 운전사와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직장에 일을 하러 나간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오늘도 할 일이 있어 세상에 기여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생활비를 벌 수 있게 해 준 사장님과 동료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쉬는 시간에 따스한 커피를 마신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커피 향이 참 좋다. 달콤한 도넛을 곁들이면 더욱 행복하다. 역시 먼 열대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커피콩을 기르고 공장에서 갈고 정성껏 끌여준 이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때로는 속을 썩이는 학생들과 자기 아이들만 생각하여 억지 주장을 하는 학보모 들도 있지만 착하고 성실한 많은 학생들이 있어 보람이 있고 또 내 일터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참 고맙다. 그래서 나도 내 몫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일을 마칠 시간이다. 8시간 노동을 정착시켜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되게 목숨 바쳐 투쟁한 역사 상 많은 노동자들 그리고 반면에 지나친 혼란을 막고 세상의 질서를 유지해 주는 경찰과 군인과 소방관에게도 감사한다. 일을 마치고 수영장에 간다. 풀장의 물은 깨끗하고 시원하며 온탕의 물은 따뜻해서 몸을 담그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고 편안한 안락감에 나른한 느낌이 참 좋다. 이 수영장을 만들고 관리하고 또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산책 삼아 강 가 공원을 따라 걸어서 퇴근을 한다. 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태양, 나무 숲 그늘 사이로 휘감아 돌아가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간간이 만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주인을 따라 산책을 나온 강아지들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긴다. 동물들 마저도 이렇게 서로 정을 주고받으며 행복을 증폭시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아 이렇게 멋지고 편안한 옷과 신발을 만들어 준 사람들도 잊으면 안 된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파란 하늘도 흰 구름도 반갑고 내 보살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화분도 어여쁘다. 이윽고 아늑하고 따스한 집에 들어선다. 무엇보다도 집을 지어주고 전기를 생산해 주고 가스와 석유를 공급해 준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맙다. 집이 없다면 춥고 깜깜한 밤에 어디 가서 고단한 몸을 쉬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인가? 집에 있으면 집에서 쉴 수 있어서 감사하고 집을 나서면 또 새로운 경험과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 인터넷 라디오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고 송출하고 전파로 바꾸고 또 음향으로 전환하여 내가 감상할 수 있게 이 모든 기술을 개발하고 기계를 만들어 준 수많은 사람들을 존경하고 감사한다. 어리석은 나에게 진실과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주는 좋은 책을 쓰고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TV에서 즐거운 웃음과 이야기와 새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감사하다 보면 어느덧 부드러운 이부자리와 푹신한 침대를 만들어 준 사람들의 신세를 질 시간이 되었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이 모든 행복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혹시라도 그들의 몫을 내가 직 간접적으로 빼앗은 건 아닐까 조심하며 또 한편 내 평생 살아가며 너무나 많은 물질을 소비하고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닐까 삼가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도 과시를 위한 소비를 하지는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나 생명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허영과 욕심으로 내 마음을 더럽히고 남들을 악하게 보고 비난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잠자리에 든다.
작은 것이 큰 것보다도, 자랑보다는 겸손함이, 낭비보다는 소박함이, 떠벌림보다는 스스로 인정하기가, 빼앗기보다도 베푸는 것이, 화를 내는 것보다도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비난보다도 사랑하는 것이, 불평보다 감사함이, 끝없이 자극적인 쾌락과 빈둥거림보다는 적당한 노동과 휴식과 놀이가 더 행복한 참 감사한 하루였다.
더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