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시간

by 이윤수



어떻게 보면 돈이 참 좋다. 젊을 때 부지런히 일하고 아껴 써서 저축하고 그 돈을 종잣돈으로 하여 투자도 좀 하고 했더니 요즘엔 다행히 일과 생활과 일상 삶에 여유가 좀 생겼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적고 취미생활도 즐길 수가 있는데 그러다가 보니까 하루가 후딱후딱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20대에는 20km, 50대에는 50km로 세월이 흐른다는데 이게 정말 나이 때문만 일까? 사실 이 현상은 뇌 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익숙하고 반복되는 것은 인지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어릴 때는 모든 게 새롭고, 나이가 들면 세상사가 대부분 다 겪어 본 일이고 그게 그거니까 실제로 뇌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자극이 없는 시간이 금방 흘러가는 것이다.

아무튼 시공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지만 우리가 지구상에서 그 사실을 체감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 따르면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순서대로 흐르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총량이 시간의 양이라면 하루 종일 아무런 사건도 없이 보내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0"이고 의미 있는 많은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거의 무한대로 주어진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음악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면 이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산 사람들이다. 좋은 글을 쓰고 유용한 물건을 만들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결코 무의미하게 흘러간 것이 아니며 산책을 하고 수영을 하고 스키를 타며 보낸 나의 하루도 그렇지 않은 하루보다는 더 풍요로울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으며 세상에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 멍하니 석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것도 그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내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고 언젠가 한 친구의 다정한 대화로 되살아난다면 그 또한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과 삶이 허무한 벗들이여 슬퍼하지 말기 바라네. 이 어쭙잖은 글도 자네의 손길이 닿은 사소한 그 모든 것들도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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