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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17. 2023

인내력 테스트

공원 입구에서 무려 3시간을 기다렸다.

휴일 아침부터 해가 쨍쨍 내리쬐고 더워서 호숫가 공원에 가려고 30분을 달려서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데 입구를 지키던 안내원이

“주차 예약을 하셨나요?”라고 물으며 차를 막아선다.

 “집에서 시도를 했지만 확인 문자를 못 받았습니다.”

“그럼 못 들어갑니다.”

“지금 공원의 웹사이트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 그쪽에서는 보냈다고 하는데 저는 못 받았습니다. “

“어디 봅시다. 제가 한 번 해 보겠습니다.”

내 전화기를 가지고 시도해 본다.

“안되네요”

“그럼 어떡하나요? 그냥 들어갈 수 없나요?”

“규정상 안 됩니다.

전화번호를 줄 테니 공원 관리 본부에 문의하세요. “

전화를 건다

“주차 예약이 안 됩니다”

“application으로도 해 보셨나요?”

“아니요”

“그럼 app으로 회원가입을 다시 하고 신청해 보세요 “

시키는 대로 했다. 안 된다.

“그래도 안 됩니다.”

“그럼 저로서도 방법이 없습니다. 기술지원팀 메일을 알려드릴 테니 메일을 보내 보세요”

보낸다. 답이 왔다.

‘귀하의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앞으로 2-3 영업일 내에 답신을 보내겠습니다.’

다시 입구로 갔다.

“주차예약 하셨나요?”

“조금 전에 하라는 데로 다 했는데도 예약이 안 됩니다. 제 과실이 아니니 그냥 들어가면 안 될까요?”

“규정상 불가능합니다.”

“매니저에게 문의를 해 주십시오.”

잠시 후 매니저라는 뚱보가 왔다.

“제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이 분이 시키는 데로 공원관리 본부에 전화를 해서…”

“예약은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약된 차량만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뒷 차가 기다리니 차를 돌려 빼시고 예약을 한 후에 다시 오세요.”

“글쎄. 예약이 안 된다니까요!”

“예약은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빨리 차 빼세요!”

차를 돌려 길 가에 세운 후 다시 전화를 한다.

“죄송하지만 저로서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 기술팀이 해결을 해 드릴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


답답하고 열받고 미치고 팔딱 뛰고 환장하겠다.

캐나다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지만 융통성이라고는 개미 똥구멍만큼도 없다. 규정을 너무나 잘 지키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방법을 전혀 모른다. 물론 요청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해준다.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안 미치고 살려면 어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참고 기다리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나도 이제 조금은 익숙해져서 화를 내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 않고 조용히 포기하고 다른 공원으로 차를 돌렸다.

거기는 예약 없이 유료 주차를 하는 곳이었다. 막아서는 안내원도 없다.

무인 주차정산기에 $5 내고 2시간 주차증을 받은 후 주차를 했다. 보트도 타고 수영도 하고 캐나다 구스랑 놀면서 느긋하고 즐겁게 쉬었다.

절대 열받으면 나만 손해다.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행복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집에 돌아오니 메일이 왔다.

‘현재 예약 시스템이 고장이니 내일부터 이용해 주세요.‘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

저녁으로 시원한 냉면과 수박을 먹으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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