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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Jun 14. 2023

학교 교육

교육학을 전공하고 교직경험을 가진 내 입장에서 캐나다의 학교 교육을 평가해 보면 캐나다의 학교는 상당히 바람직한 교육적 제도가 현장에 정착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학보모들 중에서 캐나다의 학교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도 많고 실제로 조기 유학을 시키는 사람도 꽤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캐나다의 초중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는 크게 사립, 공립과 카톨릭계로 나뉜다.

사립학교는 전체 학령학생의 1.5%만 담당하고 있으며 비용이 비싸 일반 캐나다인에게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 더욱이 공립학교 시스템이 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어서 굳이 사립에 보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미국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공립학교가 마치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생 수용소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부실화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립학교의 장점이 돋보이며 돈이 웬만큼 있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으면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캐나다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공립학교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카톨릭계가 일반 공립보다는 조금 낫다고 하며 백인들이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커리큘럼이나 교육방식, 교사의 질, 학교 분위기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둘 다 지역주민이 내는 교육세로 운영 보조를 받으며 학비와 교재비가 무료이다.  공립은 public school district의 관리를 받으며 가톨릭학교는 교구 산하 catholic school district의 감독을 받지만 학교장과 학부모 자치회의 재량권을 많이 부여하며 한국의 교육청처럼 심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 교장은 학사와 학생관리를 하는 관리직일 뿐 교사들의 상급자라는 인식이 없으며 보통 교사들은 굳이 교장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사의 잡무나 학생지도 부담이 거의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학생들도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예체능 등 비교적 단순한 교과과정에 중등학교부터는 선택과목도 있어서 학습부담이 적고 수업 분위기도 참여활동과 발표가 많고 자유롭다.

학력평가와 졸업시험도 치르지만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 통과할 수 있고 등급이 좋으면 그 내신으로 대학에 지원을 할 수 있어서 입시부담도 적다. 수업시간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은 대부분 오전 중에, 고등학교도 오후 3시경이면 모두 끝나기에 학생들에게도 천국이다.

물론 수업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국은 교과이기주의와 입시경쟁으로 인해 수업 내용이 거의 대학생 수준을 방불할 정도로 많고 어렵지만 한국의 중학교 수준을 여기서는 고등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보면 무방하다.

학교 내에서의 생활규정 준수와 지도는 엄격하여 큰 마찰이나 갈등을 원천 차단한다.

어느 카톨릭계 학교 건물
운동장과 놀이터

그러다 보니 방과 후 활동과 예체능 교육을 중시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좋아하지만 학부모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예체능 교육 자체에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원정활동 등에 꽤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자부담이다. 특히 남자아이들이 열광하는 아이스하키는 장비값과 코치비, 경기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등하교는 학부모가 직접 시켜주어야 하고

거리가 있는 곳에는 school bus가 운영된다.

다음은 유학에 대한 팁이다.

학교배정은 거주 지역에 따라서 이루어지며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인 경우에는 학기당 천만 원 정도의 학비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유학생 자녀는 학비가 면제되기 때문에 일부러 부모가 유학생 비자로 입국하여 지역학교에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 학생만 유학을 보내는 경우는 적극 말리고 싶다. 가디언이 있지만 세부적 관리가 힘들고 같은 한국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

저학년들은 또래와 어울려 놀다가 보면 저절로 쉽게 영어를 배우지만 외국어학습 이론상 소위 critical age인 13세를 넘기면 의도적 학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6개월 과정의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을 이수해야 본 수업을 듣고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어학과정은 사설도 있고 학교 부설과정도 있는데 어학과정만 마치고 갈 목적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학교부설 ELS를 이수하는 것이 좋다.

원래 방과 후 학원이나 과외는 없었는데 유별나게 한국계 부모들이 그것을 한국에서 가져와서 캐나다에 정착시켰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여기서 조금만 열심히 공부하면 명문대 좋은 학과에 진학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진짜 공부에 취미와 적성이 있는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기 학생들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려고 기를 쓰지 않는다.

고교를 졸업하면 취직하여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고교 졸업식 겸 파티 참석자

college에 진학하여 전문 기술직을 갖는 것을 좀 더 바람직한 선택으로 본다. 실제로 college 졸업자의 전문기술직 취업률은 86% 이상이며

4년제 university 졸업자의 취업률은 73%로 이보다 더 떨어진다.

대학부터는 대부분 학비도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알바와 학자금 융자로 해결해야 하니 야망이 있지 않는 한 굳이 4년제 대학에 가서 고생을 사서 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의사 간호사 엔지니어 교사 등 전문직 부족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명문대로는 university of Toronto,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Mac Gil University, university of Calgary 등이 손꼽힌다.

red deer college
university of Calgary

고교졸업 후 취직을 하거나 대학생이 되면 완전히 독립된 성인으로 대접받고 또 그렇게 처신한다.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자유를 누리며 그 결과에 대해서 오롯이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울러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체득한다.

그렇게 하여 또 하나의 자유롭고 강인한(free and strong) 캐나다인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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