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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17. 2023

캥거루보다 딸기

작년에 정원 옆 손바닥만 한 텃밭에 딸기를 한 포기 심었더니 올해는 기특하게도 새끼를 쳤다. 가을에 밑동에서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오더니 점점 자라서 기다란 넝쿨이 되어 두 뼘 정도 떨어진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애기 손처럼 여린 잎들이 돋아났다.

그러더니 봄이 되어 새끼 딸기들의 잎이 어느 정도 무성해지고 뿌리를 단단히 내리자 어미에게서 뻗어 나와서 물과 양분을 공급하던 탯줄 같던 덩굴이 이렇게 갈색으로 말라버렸다. 이제부터는 새끼들 스스로 땅에서 물을 빨아올려 독립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이걸 보고 있자니 하물며 식물도 때가 되면 새끼를 독립시키는데 인간은 자기 새끼를 너무 오래 보듬고 보살피다가 오히려 자립능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캐나다에 와서 비교를 해보니 한국 부모들의 이런 과보호가 더 심해 보인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들에게 얹혀사는 ‘캥거루 족‘까지 있다고 하는데 만일 캐나다에 그런 청년이 있다면 그는 무능력 부적응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여기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자녀들의 책임감과 자립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지도하면서 반면에 강요나 강제 없이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게 한다. 또한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용돈도 가급적 신문배달, 잔디 깎기, 눈 치우기, 개 산책, 레모네이드 판매 등의 일을 해서 스스로 벌도록 한다.

그러다가 20세가 되면 대부분 독립을 해서 분가한다.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해서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를 대고 좀 지나면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25년간 갚아나간다. 결혼도 큰 비용 쓰지 않고 소규모로 한다.

대학을 가는 경우에는 학자금 융자를 받은 후 졸업 후에 갚는다. 부모가 일부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경우에는 Registered Education Savings Plans(교육비 공제)에 최대 $7,200까지 저축하여 자녀에게 학자금으로 줄 수 있고 정부에서는 그에 따른 소득세 감면을 해준다.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는 경제적으로도 분리되며 보통은 유산을 상속해 주려고 노력을 하거나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한 번은 내 이웃 중 한 사람이 중고차를 샀길래 얼마에 샀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부모님이 타던 차라서 시장가보다 좀 싸게 샀다고 좋아해서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러한 캐나다 사람들을 보고 정이 없고 차갑다고 느끼는 한국 사람도 있지만 입시지옥, 사교육비, 대학학비부담, 결혼자금, 자녀 주거 지원 부담, 고부갈등, 유산다툼, 노인빈곤 등 한국 사람들을 괴롭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보면 캐나다 청년들의 조기 자립이 근본적 해결책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알고 보면 딸기뿐만 아니라 캥거루도 다 자라면 홀로 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인이 되면 자립을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요 인간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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