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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늘

5월

by 이윤수

빠알간 장미가 피는 시절엔

라일락꽃 향기도 맡지 못했다

살 속 깊이 파고든 가시의 아픔이

선홍 꽃잎을 방울방울 물들여도

나는 취해 그 황홀한 색깔에 반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대 내 곁에


화려한 장미가 피는 곳에서는

하얀 나비 날고 간 흔적이 없다

왜 이리 고단한지

무엇이 외로운지

공허한 몸부림에 밤을 새우고도

나는 미처 몰랐다 그대 선물을


눈부신 계절에는 신나는 대로

눈 내리는 계절에는 서글픈 대로

너의 웃음과 나의 눈물이

하나로 섞여 흐르는 날까지

나는 전혀 몰랐다

순간순간이 내게 벅찬 축복이었음을


그렇게 나의 하루가 저물어갈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또

한 희망이 태어났다 스러지고

누군가의 소중했던 추억과 소망이

누군가의 발길에 차여 구르다

박스 줍는 할머니의 득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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