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간 장미가 피는 시절엔
라일락꽃 향기도 맡지 못했다
살 속 깊이 파고든 가시의 아픔이
선홍 꽃잎을 방울방울 물들여도
나는 취해 그 황홀한 색깔에 반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대 내 곁에
화려한 장미가 피는 곳에서는
하얀 나비 날고 간 흔적이 없다
왜 이리 고단한지
무엇이 외로운지
공허한 몸부림에 밤을 새우고도
나는 미처 몰랐다 그대 선물을
눈부신 계절에는 신나는 대로
눈 내리는 계절에는 서글픈 대로
너의 웃음과 나의 눈물이
하나로 섞여 흐르는 날까지
나는 전혀 몰랐다
순간순간이 내게 벅찬 축복이었음을
그렇게 나의 하루가 저물어갈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또
한 희망이 태어났다 스러지고
누군가의 소중했던 추억과 소망이
누군가의 발길에 차여 구르다
박스 줍는 할머니의 득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