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꽃을 좋아하시던 엄마를 떠올렸어요 회색 커트머리를 한 엄마가 마지 소녀처럼 가만히 꽃향기를 맡았어요 그 모습이 이젠 엄마의 모습인지 나의 모습인지 분간이 안 되는 시간에 있어요 꽃이 좋았어요 언제나 꽃을 선물하던 문호가 떠오르더니 곧 49제 때 만났던 진경이가 가슴으로 들어왔어요 내가 진경이의 추모관 앞에 놓았던 흰색 마가렛도 생각났어요 숱한 생각들을 떠올리며 잠시 콧등이 더워지더니 핑그르르 눈물이 고였어요
아일랜드에 놓여 있던 화병이 제자리에서 자리가 좀 옮겨졌어요 한 손으로 꽃을 잡아 화병에 담겨있던 물을 버리고 새물을 넣었어요 훅 나리꽃 향기가 코에 진동했어요 새삼 나리꽃이 이리 강렬한 향기를 지닌 꽃이었나 놀랐어요 보라색 소국의 잎들이 유난히 빨리 시들었어요 엄마는 노란 국화 소국을 좋아하셨지요 전 말에요
늘 이 노란색의 꽃이 좋았고 국화는 보이지 않았기에 유학시절 외로운 마음에 로드샵에서 사서 가지고
너무 아꼈던 노란 프리지어를 좋아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운 것 상념이 체념으로 오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을 요했어요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들어 잔가지를 떼어내고 가지 끝을 가지런히 잘라 화병에 손질을 마친 꽃을 한 송이 한 송이 차례로 화병에 담았아요 소국에 이어 노란 장미를 노란 장미가 분홍 장미보다 일찍 시들어 마치 있었다는 흔적만 남기듯 손에서 바스러졌어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외로이 남은 노란 장미는 화병 중앙에 꽂았어요 플로리스트가 멋지게 만든 꽃다발의 형태는 온데간데가 없었어요 내 솜씨로 최대한 자연스레 꽂았어요 화병을 돌려가며
화병에 꽂인 꽃들이 말을 하네요 고맙다고 목이 말랐었다고 가지런히 놓인 두 화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답을 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집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앞으로 일주일 이상 너희들로 인해 더 행복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