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깊이 읽기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Смерть Ивана Ильича
Lev Nikolaevich Tolstoy
한 남자가 동그란 탁자 앞에 앉아 있다.
탁자 위에 책과 종이가 놓여 있다. 손에 펜을 잡고 무엇인가 쓰고 있다. 연필꽂이에는 몇 자루의 펜이 담겨 있다. 펜을 잡은 두 손이 가여움을 불러낼 정도로 가늘고 길고 여리다. 두 손이 나란히 종이에 집중하며 모아져 있다.
그의 얼굴엔 깊은 고뇌가 배어있다. 하얀 수염이 길게 검은 옷을 입은 가슴까지 늘어져 있다. 반백의 머리에 훤한 이마가 드러난다. 나이를 보이는 얼굴의 회색 눈썹이 굵고 짙다. 앉는 의자 뒤로 어두운 회색 벽에 초상화들이 걸려 있다.
그를 중앙에 둔 방, 그 공간은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하듯 공허한 외로움이 드러난다. 진중하고 깊은 표정을 한 그의 얼굴이 45도 기울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무언의 그 모습이 수많은 말을 한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1886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죽음을 앞둔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사회적 허위, 인간 존재의 진정성을 탐구하며, 특히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주는 강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법관으로 일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안정된 직업, 가족, 그리고 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겉보기에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사소한 사고로 인해 병을 얻게 되고, 이 병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런 성찰적 과정에서 이반 일리치는 병의 진행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사회적 기대와 외적 성공에만 매달려 진정한 행복이나 의미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고통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지만, 말기 병으로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야 삶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서문을 쓴 앤서니 브라운은 자의식이 비대했고 놀라운 지력과 더불어 삶과 앎에 대해 거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던 한 사람 톨스토이를 풀어내며 그의 이름이 담긴 뜻에는 ‘거대하다’의 형용사적 의미가 내포되었음을 인식시킨다. 앤서니 브라운이 바라보는 ‘거대하다’는 톨스토이의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다시 재확인 하게 된다.
리어는 5막 2장에 나오는 ‘이 세상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뜨는 것도 사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견뎌야 합니다. 성숙해져야 합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이 성찰적 문장이 마치 냉수를 온몸에 끼얹은 듯 오래 가슴을 타고 내린다.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을 맞이하며,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의 삶은 사회적 성공과 외적 기준에 의해 정의되었지만, 그는 결국 그것이 허상임을 깨닫는다. 죽음 앞에서 그는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일리치는 인간이 죽음과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연민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하인인 게라심은 진정한 연민과 헌신의 상징으로 이반 일리치에게 위안이 된다.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보편적이고도 필연적인 경험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톨스토이는 인간이 죽음을 대면했을 때, 외적 성공과 물질적 가치는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진정한 사랑과 진실한 삶이 중요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문학작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철학적, 종교적, 심리학적 측면에서도 깊은 통찰을 낳는다.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개인적 태도 성찰로 작품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며, "나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하게 한다.
나는 죽음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는가?
죽음을 대하는 이반 일리치의 태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낀 후회와 깨달음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메시지다. 이반 일리치의 삶을 반추하며, 자신의 현재 삶이 얼마나 진정성과 행복을 반영하고 있는지 사회적 성공이나 물질적 성취에 의존하지 않는 나는 사회적 기대에 휩쓸려 살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내가 추구하는 목표는 정말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인가? 삶의 가치를 고민해 보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반 일리치의 내면적 변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하인 게라심은 사랑과 헌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의 상징으로, 이반 일리치의 고통을 덜어준다.
게라심이 보여주는 진정한 연민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족들이 보여주는 태도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죽음은 삶을 어떻게 비추는가?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통을 통해 인간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반 일리치의 심리 묘사와 독백 부분을 유심히 읽으며,
이반 일리치의 깨달음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등 이반 일리치의 경험과 고통을 통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탐하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는 평생 남들이 옳다고 여기는 대로 살아왔으며, 그런 삶이 자신에게도 옳은 그것으로 생각했다."
"죽음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그가 찾은 것은 죽음이 아니라, 빛이었다."
"고통은 사라졌다. 대신 빛이 있었다."
그리고
"죽음은 끝났어.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작품의 마지막에서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묘사한 이 문장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으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하지만 들이마신 숨을 미처 내뱉기도 전에 온몸을 쭉 뻗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인간, 한 사람 삶의 마지막을 이보다 더 어떻게 더 진실하고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지 톨스토이의 거대함에 끔찍하게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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