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짜 명품

사유

by Michelle Lyu

영진이가 보낸 갈비가 왔다

명품이라고 적혀 있다

얼마 전 영진이가 보낸 견과류

선물에도 명품이란 단어가

보란 듯이 새겨져 있


영진이는 늘 좋은 것을 보낸다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시는 언니 대신

영진이

둘째 조카가 늘 구정과 추석을 챙긴다


막내 이모

몇 살 차이가 안 나는 동년배를

동시대를 함께 지나는 영진이는

막내 이모에 대한 마음이 크다

다른 조카들도 다 그렇지만

특히 영진이는 막내 이모에 대해 많은 마음을 갖고 산다

김장을 해 오고

불고기를 재서 오는 등

온갖 먹거리를 해 챙겨온다


친정에서 가장 형편이 안 좋은

막내 이모

평생 영어를 매개로 일을 해 온 이모는 학자로서 강의로 늘 바빴다

의사이신 큰 형부는 가시는 날까지 평생 병원을 운영하셨다

병원 도우미 중 한 사람을 막내 집에 도우미 보내셨다

그 덕분에 큰 아이 작은 아이

잘 키울 수 있었다

평생 강의 수업을 했다

늘 텍스트 읽고 분석하고 강의 준비로 바쁜 나이 차 많은 막내에게

언제나 오빠 언니들은 부모가 되어 움직였다

오빠 돌아가시고

작은 형부 돌아가시고

두해 전 큰 형부가 돌아가시고

니가 치매로

막내를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자

이제 큰 언니네 조카들

서로 한 두 살 터울로 동년배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조카들이

막내 이모를 챙긴다


영진이의 갈비 선물이 많은 상념을 불러낸다

엄마를

아버지를

오빠를

형부들을

언니들을

막내는 새벽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생각에 생각이 계속 이어진다

갈비를 냉장고에 넣었다


명품은 가장 비루하지 않은 모습이어야 한다

비겁하지도 추하지도 않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학자로서 비루하지 않게 살아라

유언이었다


늘 비루하지 않고자 했다

정직하자 했고

빈말 헛말 겉치레 인사치레 그런 거짓을 안 보이며 살고 싶었다

그리 세상을 살았고

지금에 있다


한 번이라도 내 수업을 강의를 접했던 은주 씨가 보낸

카톡이 위안과 마음을 준다

카톡 속의 글이 명품이다

눈물이 핑 돈다

진짜 명품을 보는 것은 참으로 큰 위안이 된다

진짜 마음을 보는 것이 참으로

위로다

큰 아이 아들이 1000만 원을 보냈다

연말에 인센티브 받은 것이라고 했다


엄마 여행 가세요

맛난 것도 드시고

좋은 원서도 사세요


진짜 마음을 보내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명품이다


요사이

많이

심하게

마음이 바닥이었다


본질을 놓치는 모르는 사람이 보이는 마음의 행보가 지독히도 깊게 마음을 다치게 한다


끝남은 새로운 시작이다

이 한 문장을 생각하고 만들고 써 내며 오래 한곳을 본다


잘 시작하자

거짓 없이

온 맘 담아

진심으로


어제 읽던 톨스토이의 단편

습격을 든다


오늘 잘 시작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남자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