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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작품 깊이 읽기

by Michelle Lyu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Леди Макбет Мценского уезда

<Lady Macbeth of Mtsensk>

Nikolai Leskov

셰익스피어 전공자를 겨냥하는 듯 묘하게 끄는 책 제명이 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이다. 눈길이 이끄는 대로 책꽂이에 꽂힌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꺼냈다. 이 작품은 1865년 출간된 중편소설로 사실주의를 표방한다. 사실 이 작품은 제명이 바로 셰익스피어 <맥베스>을 연상시키나 제명이 주는 강렬함에 반해 셰익스피어 <맥베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등장하는 맥베스 부인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녀처럼 강한 욕망과 잔혹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 맥베스 부인이 등장한다.

소설은 러시아의 지방 소도시 ‘므첸스크’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부유한 상인의 젊은 아내이지만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 사랑과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 외로움 속에서 하인인 세르게이와 불륜에 빠지게 되고 그와 함께 공모하여 남편과 시아버지를 살해한다. 이후 그녀는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인을 계속 반복한다. 그러나 결국 죄가 드러나고 믿었던 세르게이조차 그녀를 배신하면서 파국을 맞이한다. 마지막에 유배지로 끌려가고 절망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1934년,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동명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작곡했다. 당시 스탈린의 비판을 받아 금지되었으나 후에 다시 공연되었다. 2016년, 영국에서 <Lady Macbeth>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원작의 배경을 19세기 영국으로 옮겼으며, 여주인공 역할을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가 맡아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1865년에 발표되었다. 러시아적 현실주의를 반영한 작품이다. 19세기 러시아 사회에서 여성의 억압과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을 담고 있다. 맥베스 부인이라는 별칭은 그녀의 야망과 잔혹함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졌다. 그러나 셰익스피어 <맥베스>의 부인과는 달리 주인공 카테리나는 권력욕보다는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셰익스피어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처럼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의 주인공 ‘카테리나 이지 마일로 바’는 억압적인 결혼 생활 속에서 욕망과 배신, 살인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하나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작품은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 억압, 인간의 욕망, 그리고 도덕적 붕괴를 다루는 깊이 있는 소설이다.


19세기 러시아 사회, 즉 러시아 제국 시대 19세기 중반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를 반영한다. 당시 여성들은 재산처럼 취급되었고, 결혼 역시 사랑보다는 경제적 이유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작품은 당대의 사회적 모순과 인간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사실주의가 드러난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카테리나 이지 마일로바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비극적 여성이다. 억압적인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그녀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부인과 ‘어떻게 닮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가?’를 직시해 본다. 카테리나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자유를 추구한다.

그녀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은가?

혹은 사회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카테리나의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셰익스피어 <맥베스>와 비교하면 그녀는 운명의 희생자인가, 아니면 자신의 선택인가?

만약 그녀가 남성이었다면,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까?

욕망과 사랑의 차이는 무엇인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함께 이 작품은 범죄와 도덕성을 비교하거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여성의 욕망과 사회적 억압을 심도 있게 볼 수 있다.

역사적 배경으로 19세기 러시아 사회는 농노제와 계급 구조가 존재했다. 19세기 중반까지 러시아는 농노제(крепостное право)가 유지되었으며, 상류층인 귀족과 부유한 상인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다. 소설의 배경 공간인 므첸스크(Мценск)는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280km 떨어진 지방 도시로 부유한 상인들이 경제적, 사회적 지배층을 이루던 곳이다.

당시 여성들은 가부장제 아래 철저히 억압받았고 결혼은 경제적 계약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주인공 상인 계급의 며느리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는 가정 내에서 시아버지와 남편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적인 삶을 살기 어려웠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오스트롭스키 <폭풍우>의 주인공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문학 속에 자주 등장한다.

1861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 해방령을 발표하며 사회 변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유한 상인 계급과 농민들 간의 경제적 격차는 컸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카테리나의 이야기는 해방된 농민 계층인 ‘세르게이’와 전통적인 부유 계층이즈마일로프 가문의 갈등을 상징한다. 카테리나는 사회적으로 부유한 상인 계급(купечество)으로 시집오지만,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가정 환경 속에 갇혀 있다. 남편 ‘이즈마일로프’와 시아버지는 가족을 감정 없는 재산처럼 다룬다. 이는 러시아 상인 계급의 폐쇄성과 도덕적 타락을 풍자하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레스코프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등과 함께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리얼리즘 문학은 사실적인 사회 묘사와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장편 소설처럼 명확한 챕터 구분이 되어 있지 않지만, 스토리 전개에 따라 억압적인 결혼 생활, 하인 세르게이와의 만남과 금지된 욕망, 첫 번째 살인으로 시아버지의 죽음, 남편의 귀환과 두 번째 살인, 배신과 몰락, 체포와 시베리아 유형(流刑), 비극적 결말, 결론 및 작품의 의미 8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전공자로 두 작품을 비교해 읽으며 오랜 시간 여성이라는 화두어에 깊이 고뇌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고뇌하는 모든 여성에게 억압을 어떻게 자신의 방식으로 대처하는지에 전율과 삶의 진지함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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