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나의 저작권은?
강의 시작 5분 전이다. ppt가 화면에 뜬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강의 주제를 담아 나타내는 강의 타이틀이다. 그리곤 강의 진행을 위해 마우스를 클릭하자 바로 다음 강사 소개 화면이 나타난다. 내 소개를 간략히 강의 PPT 두 번째 화면 한 장으로 마친다.
이제 본격적 강의 시작으로 접어든다. 이어지는 세 번째 화면에 나의 저작권 안내를 담았다.
“누가 한 번 읽어봐 주시겠어요?”
수강자 중에 활동적인 분이 있는 경우 큰 소리로 나의 저작권 안내 내용을 읽어낸다. 그 소리가 강의실을 타고 흐른다. 수강생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저작권에 대해 수강자는 모두 안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이제 강의의 전체를 설명하는 강의 순서 안내 화면이 나타난다. 수강생들에게 강의에 담긴 전반적 내용을 순서대로 간략 알려준다.
강의를 연다. 강의가 시작되자 좀 전에 동의를 보내며 고개를 끄떡이는 수강자 중에 몇 분이 분주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셔터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수강자 중 누군가 큰 소리로 읽었고 모두가 안다고 동의했던 모습은 이쯤 되면 이미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셔터 소리를 들으며 다른 한 편으로 나의 강의 내용이 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며 꼭 알고 싶었던 것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 주고 있다는 생각에 희망을 느낀다.
강의가 끝나고 수강자 좀 누군가 강의안 공유를 요청하기도 한다. 웃으며 답한다.
“네, 모두 원하시니 강의 내용 공유해 드릴게요.
다만, 부탁은요.
참조로만 보시고요.
유포는 말아 주세요.”
수없이 많은 나날 강단에 섰다. 강의를 오래 했다는 말이자 오랜 시간 가르치는 업으로, 일로 평생을 걸어 왔다는 방증이다. 많은 수강생, 제자들을 두었고 또 만난다. 학교에서 수강 신청을 해 강의를 듣는 학생과 도서관 이하 다른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수강하는 수강자들의 태도와 모습은 너무 다르다.
학교의 학생들이 조심스레 접근하는 강의 내용을 다른 기관에서 강의를 듣는 수강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내용에는 거침없이 자신의 그것으로 체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표현된다.
올해는 이미 지났으나 매년 4월 23일 '책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로 유네스코(UNESCO)가 정한 공식적인 기념일이다. 199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독서와 출판,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책의 날’을 제정했다. 거기에 4월 23일은 세계 문학사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모두 1616년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유명한 페루 출신 문학가 ‘인카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도 같은 해 같은 날 사망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4월 23일이 인류 문화와 문학에 경의를 표하는 날로 선택되었고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날이다. 사실 요즈음 지식과 문화의 전파, 출판업계 발전, 저작권 보호가 강조되고 있다.
저작권(著作權, copyright)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음악, 글, 미술, 영화, 소프트웨어 등 창작성이 있는 표현물을 만든 사람에게 일정 기간 복제, 배포, 공연, 전시, 공중 송신, 2차적 저작물 작성 등의 권리를 부여하여 무단 사용을 막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저작권은 등록하지 않아도 창작만 하면 자동으로 저작권이 발생한다. 대한민국은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까지 보호된다.
나는 전공이 영문학이기에 평생 영어에 마음을 담아 시간을 걸어 왔다. 20대 과외로 시작한 나의 첫 영어 수업 이래로 수십 년이 흘렀다. 학교 교적을 떠나 요사이는 요청하는 초중고를 비롯한 도서관 등 교육기관에서 간헐적인 강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그때마다 강의 요청 주제에 따른 강의 ppt를 구성한다. 단 한 시트도 소홀함이 없다. 강의안에 내 연구와 교육관과 철학과 깊이 읽기 한 모든 문학 작품과 텍스트에 관한 분석이 들어간다. 모든 강의에 담은 깊이가 어디 오직 그 오래 수십 년 해온 강의 내용뿐이겠는가? 번역에도 아티클에도 저널에도 페이퍼에도 그리고 논문에도 다 심혈을 기울인 나의 결과물이다.
그런 결과물이 어느 날 버젓이 SNS 등 학술지에 오른 것은 보는 순간 그만 심신이 가라앉는다.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 요사이 아마도 이런 마음 다침이 힘에 부쳐 사실 글도 번역도 좀은 침체 상태에 있다. 매번 당혹스러운 일을 겪음에서 다시 스스로 자신을 세워서 걸어 나오는 것이 너무 버거움을 느낄 때가 허다하다.
오늘은 학부모 강의가 있는 날이다. 여지없이 세 번째 화면에 저작권 관련 내용이 뜬다. 이번에는 모두에게 한 번 주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없이 화면을 열어 놓는다. 강의 후 수강자들이 모두 강의 내용 중 꼭 원하는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은 자료를 공유 바란다고 강의 주체 관계자가 허락을 요청한다.
웃으며 답한다.
“네! 꼭 그 부분만 공유해주세요.
소장으로만 하고 유포는 말아 달라고요.”
관계자가 웃으며 말한다.
“네! 네! 꼭 그렇게 할게요.”
강의 후 관계자가 교육기관 정문까지 따라오며 끝까지 배웅한다.
돌아오는 길 ‘그래! 잘 공유했어.’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격려하며 다만 다만 꼭 귀하게 활용하기를 바란다.
난 지금 다음 강의를 위해, 노트북을 열고, 강의 콘티를 세우고, 준비해 놓은 자료를 표시하며, 강의안 ppt를 작성한다.
해거름이 지고 아스라이 어둠이 짙어져 오는 이 밤, 다음 강의에는 더 깊은 내용과 의미가 담을 것을 다짐하며 마음을 깊이 한다.
큰 아이 아들이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낸다.
“엄마! 시간을 세팅하고 꼭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갖고 쉬어가면서 하세요.
건강 챙기시면서요.”
아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엄마가 어떤 진심으로 강의안을 만드는 것을 안다. 그래 이 밤 다시 힘 위안 위로를 얻는다. 큰 아이의 걱정 한마디로. 나태주의 <풀꽃도 꽃이다.> 사명을 조정래 작가가 나태주 시인에게 허락을 받아 같은 제명 <풀꽃도 꽃이다> 타이틀로 장편소설을 썼다. 이는 출처를 밝히면 사용 가능하다는 아주 좋은 일례를 보여준다. 이처럼 교육, 비평, 보도 등 목적과 범위가 정당한 경우나, 저작자가 특정 조건으로 자유로이 이용을 허락한 경우처럼 우리 모두 기본적으로 개인의 저작권에 대해 경의와 존경을 먼저 표현하는 타인 존중과 인정이 올바르게 저작권을 지키는 바른길이니 함께 공존하는 마음을 담자고 권문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