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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an 25. 2020

진짜 새해다

사랑으로

눈을 떴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새해가 되었다
방방이 어둠 속에서 큰 집 작은 집에서 온  식구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쌔근쌔근 후 후우 후 우우우 쌔근쌔근

둘째다 아니 정확히 둘째 며느리다
본의 아니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둘째 며느리가 집안 대소사를 다 맡게 되었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늘 지나가는 말처럼 한 번씩 말을 했다

오빠가 결혼 때 했던 말을 들먹이며
귀한 막내이고 일을 못하니 첫째이면 결혼 반대라고 했던 말과
그러자 신랑이 둘째고
둘째니 크게 할 일도 별로 없을 거라던
...
여타 저 타의 숱한 말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흐른다

둘째가 집안일을 다 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가장 형편이 좋았고
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마음 밭이 선했고 따스했다
후후
그리 둘째로서 한 일은 모두 다 이루 헤어일 수가 없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방학마다 입원하셨던 어머님 병원비 감당 8년
집안 대소사비 평생
큰 집 작은 집 두 집 다 사업으로 개인적 일로
대신 지출해야 했더 작은 집한 채를 사고도 남을 큰돈  
등 등
헤아리기기에 너무 많다

갑자기 새해 왜
이러한 일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둘째는 늘 성실과 최선을 모토로 살았다
자신이 세운 삶의 생의 철학을 갖고 있기에 주어진 모든 것에
성심으로 열중했고 전심을 다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았다
늘 새로운 하루 시간을 가고자 하기에  
2020년
without remorse
에 온 생각을 집중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주방 불을 켠다
일어나자마자 갈비찜을 다른 그릇으로 옮겼다
그릇을 비우고 치우고 준비에 정성을 들이다
마음에 어제의 대실수를 회복하고자 하는 생각이 커서다
별미로 나물밥을 한다고 했다
큰 집 작은 집 식구들이 거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마음이 바쁘다
또 일이 아주 서툴다
아무튼 어찌어찌 나물밥도 나물도 생선도 생태 국도 다 해 상을   
차렸다
모든 게 잘 되어가는 듯했다
그러다 밥을 푸는 순간 알았다
선밥
ㅎㅎ
큰 집도 늘 형수 편인 작은 집도
거기에 눈을 크게 뜨며 엄마의 손을 잡은  큰 아이도
모두 이해했고 애썼다고 말을 했다
사단은 남편이다
정작 제일 위로와 동조를 해야 할 사람이 도끼눈을 뜬다



늘 중요한 것을 실수한다고 한 마디를 더 보탠다
아들이
큰 아이가

아빠가 말을 잘못했네

왁자지껄 한바탕 웃음
둘째 며느리는 곱게 눈을 흘기며 남편을 채근한다

당신이 해

웃었다 모두
한바탕 웃음으로 또 하나의 실수가 묻혀간다
살고 있고 삶이기에 살아가기에...
  
의미 있는 한 해를 더욱더 의미 있게 만들고 살자
마음속 다짐이 울림이 된다
짙은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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