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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un 04. 2020

마음이 사랑을 담아 큰 사랑을

딸이 용돈을 보내다

눈을 감았다
기도를 위해
사물이 왔다 갔다
머리가 빙빙 울렁울렁 앞으로 왔다 갔다
사물인지 머리인지 어떤 것이 왔다 갔다 하는지를 정말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눈을 감으면 무었다 앞으로 왔다 갔다 계속된다
사물이나 물체일 수도 있고
머리가 빙빙 도는 것일 수도 있다
아주 발걸음을 느리게 걸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는 안 해야 해 하고
하지 말아야 해 하고
그리곤 일부러 걸음을 빨리 걸었다
작은 아이 딸이 보낸 용돈을 보고 울었다
5개월째 강사료가 없는 엄마가 통장이 바닥이 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딸은 두 번에 걸쳐 가톡으로 용돈을 보냈다

안 받는다고 했고
딸은 기어이 받으라고 했다

슬프다 삶이
통장이 바닥이 나서도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무존재로 살고 있다는 자신에 대해 무의미한 무가치한 사람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허망이 너무 커서다
그 오래 공부했고 먼 곳까지 가서 외롭게 사투를 벌이며

섭게 치열하게 모질게 공부한

 모든 시간과 노력이 허무로 채워와서다
일부러 등받이 의자에 허리를 대고 고쳐 앉았다
자세로도 자신을 세우려는 부단한 노력이라도 보이고 싶었다

동쪽 멀리 해가 하늘을 향해 떠오른다
새소리가 들리고
이 새벽 6시에 누군가 아주 열심히 다양한 모습으로 운동기구를 옮겨가며 운동을 한다
가까이 노랫소리가 들린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분명 남자일 거란 생각을 한다

가까이 와서 새가 운다
운다라는 표현이 맞나 잠시 생각하다
짹짹 지줘기다로 고친다
고개를 들어 높이 솟은 아파트를 봤다
자태가 고고하다
어우러진 나무들도 각자 나름의 색으로 환히 새날을 맞고 있다
날파리 하나가 얼굴을 간지럽힌다
아 모두 이리 소생하고 또 소생하고 있구나 여기니
눈시울이 더워진다

뜨거워진 눈시울을 손등으로 닦았다

오래 아프다
아니 오래 어지럽다
곧 나아야 한다
나아야 힘을 얻는다
계속 누워 신문들었다 놨도 책을 잡았다 놓았
요 근래 내내
허나 집중이 안 되어 서지를 못해 컴퓨터 작업을 전혀 못했다

나를 지키시는 당신이시여
소망을 꼭 이뤄주소서
글 책이 있어야 하니 그 길에서 나를 세우소서
꼭 이뤄내게 하소서
당신의 뜻대로
당신의 의를 드러내게 하소서

새벽
벤치에 앉아 기도를
기도의 글을 올리다
지키심을 믿으며


딸의 마음이 오래 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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