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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un 07. 2020

생애 처음 첫 월급으로

엄마는 아들이 사준 팬티를 보고 보고 또 보고

애 처음 첫 월급으로

그저 그저 눈물이 나네요
왜 이리 자꾸 자주 눈물이 앞을 흐리는지 모르겠어요

난 그가 꼭 대학교수나 의사가 될 줄 알았어요
그리 방향을 잡았고 공부했지요
잘했어요
중학교 내내 임원을 했고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도 내내 임원의 자리에 있었어요
중2 때 전교 부회장 이어 중3 때 전교 회장을 했으니
그가 고등학교의 임원 자리에 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기대했어요
내내 잘 곧게 성장해 좀은 나은 자리
아니 그가 좋아하는 글과 가장 친숙한 자리에서 안정되고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확신했어요
그렇게 믿었고 바랬고 염원했어요
허나
그가 과학 경시대회에 입상한 모든 것을 다 접고
교차지원을 해 영문과도 아니라며 국문과에 입학했을 때
엄마 아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였지요
새벽마다 기도했어요
엄마 손을 이끌고 100 달란트에 현혹이 되어
교회에 엄마가 가야 한다고
그래야 그가 100 달라트를 받는다고 했을 때
사랑이 깊은 엄마는 아무 거리낌도 없이
한 손에는 그의 손을 다른 한 손에는 딸의 손을 잡고 교회 문턱을 넘었어요
그렇게 넘은 교회 문을 근 한 세대가 가까이 오는 시간 동안
넘고 넘고 있어요

그는 아주 조용하고 깊고 중심이 있는 사람이 되어갔어요
엄마는 매일
그에게 잠재한 모든 것이 깊고 굳게 밝히고 뭉쳐서
강직하고 곧은 줄기를 세우고
가지를 뻗고
잎이 나고
꽃봉오리를 열고

생애 처음 아들이 첫 월금으로 사준 속옷

많이 책을 좋아했던 너무 귀한 아들의 모습을 보다


무성한 나무가 되고
무엇에도 흔들림 없는 거목이 되고
그 아이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새벽마다 기도했어요

많이 울었지요
긴 세월 대학 입학해서 지금까지 17년이 되었어요
돌고 돌아 돌아 길 찾기를 했어요
공부 많이 했지요
유학도 다녀왔어요
그리고도 번역대학원을 돌고 돌았지요


오래 엄마는 아팠어요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늘 아팠어요
제 길을 못 찾는 그가 너무 아팠어요
안타까움에 울었고
아까워서 울었고
시간이 야속해서 흐느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새벽 침대 앞에 가부좌를 하고 명상하는 그를 봤어요
붓다
법륜스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어요
조용히 문을 닫았죠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었겠어요
그저 마음으로 기도를 했어요
지키소서
이끄소서
저의 간절함을 알고 계시지요
느끼시지요
마음으로 하는 기도는 더욱 아파 저리고 저렸어요
울었지요


어쩜 의사나 교수는 엄마의 소망이었는지 모르겠어요
한이었지요
말 한마디 없이 못하고 세상 뜨신 엄마는 언제나 막내가 교수가 되길 바라셨어요
뒷바라지하셨지요
많이도요
심지어 가지고 계신 금반지를 팔아 막내가 필요한 것을 사주실 정도로 아낌이 없으셨어요
손에 꼈던 금반지가 없어진 것을
아무것도 손에 낀 것이 없는 빈 손으로 막내의 얼굴을 만지던 그 순간에도 막내는 몰랐어요
엄마의 어떠한 희생으로 자신이 성장하고
꿈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요
돌아가시고 장롱 서랍에 남겨 놓으신 막내 이름의  통장을 보고 서야
그때서야 대성통곡을 했지요
그랬어요
그래 다 못 이룬 꿈을 큰 아이 그에게 온갖 기대를 걸었는지 몰라요
대리만족으로
내 대신으로 할머니에게 큰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바라지했어요
꼭 엄마가 막내에게 한 것처럼요

36살 4월 17일이 왔어요
그리 돌고 돌고 돌아
제 길을
가고 싶은 길을
하고 싶은 길을 헤매고 돌아
결국 부모의 강요에 못 이긴 차선으로 선택한 공기업 그으로부터 발령이 났어요
최종 합격 후 연수까지 다 이수 학고
코로나19로 긴 5개월이 지난 뒤었아요
오래 기다렸지요

17년을요
그 기간도 너무 오래여서 매일 눈물이 났어요
아팠어요
많이 오래요

2020년 5월 공식 첫 월급을 탔어요
생애 정말 첫 직장 첫 월급을 그가 받았어요
생애 처음

아빠 팬티 5벌
엄마 팬티 5벌
엄마 아빠 용돈 25만 원씩을 똑같이 준비해 줬어요
생애 처음 그에게서 용돈도 팬티도 받았어요
울었습니다 자꾸 오래
너무 귀해 못 입을 것 같아요
너무 소중해 보기만 할 것 같아요
너무 오래 기다렸기에 가슴이 저리고 쓰렸어요
아팠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리 오래 길게 기다리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더욱 소중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더욱 귀히 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키심도 들으심도 받으심도 믿습니다
그리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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