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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un 30. 2020

가는 달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에 서서

빗소리가 힘차게 응원을 한다


순간을 지나면 다시 결코 못 보고 느낄 풍광이다
새벽
아파트 자동 현관문이 열리자 빗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쏴아 싸와악 싸악
행운이다
빗소리도 비 오는 소리도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은 순간 찰나를 느끼게 되는 마음의 풍광이다
좋다 아주
시원한 빗소리가 가슴에 들어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불과 5분 거리도 아니다
건물에 들어서자 부지런히 청소 중인 한 본을 본다
새벽 5시 10여분이 지난 이 시간에

수고 많으세요
네 비가 많이 오지요
장마인가 봐요
그렇지요
수고하세요

오랜만이다
7층에 내리니 가슴이 울렁인다
새벽에 나온 것이 한 삼주 지난 듯하다
어지럼증
세균성 장염
낡아가는 자신이 스스로를 보는 것은 안쓰러움과 아픔을 동반한다

어쩌겠는가
자연의 섭리인 것을

엎드려 눈을 감자 사물의 흔적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이제는 안다
이 증상이 무엇인지를
어지럼증이 아직 온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허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원인과 이유를 아는 것에는 대처능력이 있다
그래 조심하라는 얘기구나 아직도
그럼에도 이 새벽 공기가 당신과의 만남이
지켜달라고 지키심을 믿는다고
아주 진솔히 사정과 상황을 아뢴다
아시리라 믿는다
도착해 큰 아이 방 앞에 마음을 공을 들여 염원을 한다
크게 높게 넓게
사위 딸 효손 우주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을 올린다

열린 베라다로 나가봤다
물먹은 화초들이 생생히 살아 나온다
감사하다
참으로 감사하다
살아 있어서 살고 있어서 살아줘서
창문에 송송이 매달린 빗방울이 이리 이쁜지 정말 몰랐다
여린 베란다를 통해 멀리 길이 보인다
길은 길로 연하여 이리 이어지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역할
곧게 굳게 단단하게 서야 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퇴직해 시간 죽이기를 오직 운동으로 하는 반쪽도 안쓰럽고
이제 이 개월째 회사 적응해 가는 큰 아이도 너무 안타깝고
육아로 지친 딸의 힘든 얼굴도 너무 마음에 걸리고
코로나19로 고객이 줄은 편의점을 걱정하는 사위의 됫모습도 어깨도 측은하고
크나라 울고 투정하는 우주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삶이 이런 것이구나
이제 아는 자신은 새로운 시대를 따라가느라 숨이 차 온다

어쩌겠는가
이 모두가 삶이고 사는 모습이고
모두의 길인 것을

한 달 마무리와 새로운 달 시작을 모두에게 응원한다
가는 달의 마무리와 새 달의 시작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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