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타민의 항산화 작용
비타민 중에서는 A, C, E가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인체는 산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습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만나 태워지면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인간은 산소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소 때문에 늙고 병들기도 하는데, 이는 이 과정에서 생긴 유해산소라 불리는 불안정한 대사 찌꺼기들이 세포와 DNA를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몸을 유해산소로부터 보호해야하는데...
유해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항산화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항산화 비타민은 특유의 항산화 작용을 통해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나 심장병, 황반변성, 치매까지 다양한 질환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항산화 비타민은 윤활유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윤활유가 엔진이 긁히거나 마모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처럼 항산화 비타민은 수백만 개에 달하는 신진대사의 톱니바퀴들이 삐걱거리지 않고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도와줍니다. 즉, 윤활유로 엔진과 톱니바퀴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듯이 항산화 비타민으로 노화를 늦추고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단 1%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여기서 ‘질병을 예방한다’가 아니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로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이들 비타민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할까 우려해서입니다. 질병은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오랜 기간 쌓여서 발생합니다. 저는 이들 비타민을 섭취하면 항산화 작용을 통해 단 1%라도 질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적 개연성은 물론 이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종합 비타민제를 11년간 섭취한, 1만4천여 명의 50세 이상 미국 남자 내과의사를 관찰한 결과 위약 그룹에 비해 암 발생률이 평균 8% 줄어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한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7년 6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암 발생률이 낮아졌고 남자의 경우 총 사망률도 낮아졌습니다(Arch Intern Med, 2004). 55~80세 3,600여 명을 대상으로 6.3년 관찰한 결과에서는 황반변성과 같은 안과 질환이 28% 줄었습니다(Arch Ophthalmol, 2001).
그러나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식생활, 운동, 약물이나 수술 같은 현대 의학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비타민을 먹고 어떤 병이 예방된다 혹은 치료된다고 표현하면 곤란합니다.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미묘한 차이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매일 종합 비타민제를 먹습니다
저는 매일 종합 비타민제를 먹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유해산소로인한 조직의 노화나 황반변성과 같은 질병을 예방하는 데 단 1%라도 영양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안과 질환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의학에서 항산화 비타민제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분야가 황반변성과 같은 안과 영역입니다.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에 생기는 질병으로 당뇨망막증과 더불어 실명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노인에게 많이 생겼던 황반변성이 최근 젊은 층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레저 활동이 늘면서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황반변성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항산화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입니다.
종합비타민의 항피로 작용
항피로 작용의 주역은 종합 비타민제에 담긴 다양한 비타민 B군입니다. 비타민 B군은 모두 8개의 비타민 B로 구성됩니다. B1 티아민(thiamine), B2 리보플라빈(riboflavin), B3 나이아신(niacin), B5 판토텐산(pantothenic acid), B6 피리독신(pyridoxine), B7 비오틴(biotin), B9엽산(folic acid), B12 코발라민(cobalamine)을 말합니다. 이들은 세포 안에서 공통적으로 에너지 대사를 촉진합니다. 즉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잘 탈 수 있도록 풀무질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의 힘을 향상시키는 출력 증강제입니다. 자동차가 언덕을 올라갈 때 엔진이 큰 힘을 발휘하면서 쉽게 올라가도록 돕습니다.
피로개선에는 공통으로 비타민 B
오늘날 피로 개선을 목표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영양제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비타민 B군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등산을 하거나 밤늦게까지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외국으로 긴 여행을 간다면, 수험생의 경우 중요한 시험 기간이라면 비타민 B군의 용량을 늘려 섭취해보세요. 한결 기운이 나고 좋은 컨디션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종합비타민의 미네랄과 미량원소 함유
종합 비타민제 안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아연, 구리, 셀레늄을 비롯한 다양한 미네랄과 미량원소가 이상적인 비율로 들어 있습니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뼈를 구성하거나 신경을 안정시키고, 아연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셀레늄과 요오드, 구리 같은 미량원소도 중요합니다. 미량원소는 인체 기능에 도움을 주는 아주 적은 양의 물질로 비타민과 함께 효소가 주도하는 신진대사의 조연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대표적인 항산화 미량원소 중 하나인 셀레늄은 하루 55µg 정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토양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많아 이 지역에서 자란 식물에는 셀레늄이 부족하기 쉽습니다.
종합 비타민은 영양소 균형을 위한 기본 영양제
셀레늄의 항산화력은 비타민 E보다 1,970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중금속의 배출을 도와주기 때문에 ‘해독 무기질’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관절염, 당뇨, 고혈압 관련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셀레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셀레늄이 함유된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합 비타민제는 비타민에서 미량원소까지 수십여 종을 한꺼번에 담은 것으로, 능률적으로 영양소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영양제입니다.
하버드에서 권유한 종합 비타민
2002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은 역사적인 식품 피라미드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해야 한다고 공식 권유했습니다. 저 역시 영양제를 복용하려는 환자에게 제일 먼저 종합 비타민제를 권합니다.
영양소를 균형 맞게
뼈가 약하다고 칼슘제만 많이 먹으면 칼슘과 상호작용이 있는 마그네슘이 체내에서 많이 빠져나가 눈꺼풀이 달달 떨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면역력을 높이겠다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어린아이에게 아연을 지나치게 많이 주면 구리가 부족해져 탈모나 빈혈 혹은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종합 비타민제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비율, 아연과 구리의 비율을 잘 맞춰서 만든 제제이므로 어떤 한 가지 영양소를 과량으로 섭취했을 때 생기는 다른 영양소의 상대적인 결핍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