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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에스더 Nov 04. 2021

종합비타민, 이건 꼭 따져보세요 / 여에스더 박사

천연 성분이 많이 함유된 제품을 고르라

비타민은 합성 비타민과 천연 비타민으로 나뉩니다. 합성 비타민은 원유의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콜타르나 옥수수・감자 등 식물의 녹말을 원료로 하여 발효와 정제를 거쳐 원하는 비타민을 대량으로 합성해내는 것입니다. 예컨대 비타민 B1인 티아민은 콜타르와 암모니아, 아세톤, 염산 등을 원료로 화학적으로 합성합니다. 비타민 E는 정제유와 트리메틸하이드로퀴논, 아이소파이톨 등을 원료로 합성합니다. 천연 비타민은 식물에서 바로 비타민 자체를 추출해 알약에 담은 것입니다. 예컨대 베타카로틴은 당근이나 두나리엘라에서, 비타민 C는 레몬이나 베리, 아세로라 등 과일과 채소에서 추출하는 방식이지요.


합성과 천연의 차이


상식적으론 합성이나 천연이나 화학구조식이 동일하므로 인체 내 효능도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타민 C는 천연과 합성 간 차이가 크게 없습니다. 그러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는 비타민 분자의 입체 구조를 의미하는 이성질체가 서로 달라 흡수율과 생체이용률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천연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보다 좋다는 뜻입니다. 캐나다 보건성의 위임을 받은 라일 맥윌리엄 박사의 종합 비타민제 평가에서도 3점밖에 못 받은 제품부터 95~96점을 받은 제품까지 다양한 종합 비타민제가 있습니다. 종합 비타민제에 함유된 비타민 E가 천연인 경우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제품 표기에 비타민 E가 d/l-alpha 토코페롤이 아닌 d-alpha 토코페롤로 적힌 제제를 선택하면 됩니다.


천연의 단점

천연 비타민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합성 비타민에 비해 제조 비용이 서너 배 이상 비싸며 순도가 낮아 알약의 크기가 두세 배 이상 커지거나 먹어야 하는 알약의 개수가 많아집니다. 식물에서 비타민을 추출할 때 불순물이 투입되는 등 오염 문제도 많이 나타납니다.


천연을 선택할 또 다른 이유, 파이토케미컬


그러나 건강 자체만을 생각한다면 제조사가 믿을 만하다는 전제 아래 천연 비타민이 많이 함유된 종합 비타민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천연 비타민제를 적극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타민 외에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 속 색소 성분들입니다. 식물이 동물보다 오래 살고 암에 걸리지 않는 중요한 원인이 이 파이토케미컬 때문입니다. 저는 종합 비타민제의 진수가 바로 파이토케미컬에 있다고 믿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이 든 식물을 일일이 챙겨 먹기 어려울 때 종합 비타민제의 형태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비타민과 미네랄은 개별적으로 먹을 때보다 파이토케미컬과 섞어 섭취할 때 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이 향상되는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그것이 훨씬 자연에 가까운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단일 성분 한 가지만 음식으로 먹는 일은 자연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최근 시판되고 있는 프리미엄 급 종합 비타민제는 대부분 천연 비타민에 수십여 종의 파이토케미컬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먹고 있는 미국 D사의 제품 표기를 한번 볼까요? 13종의 비타민과 칼슘・마그네슘・아연・구리・셀레늄・망간・크롬・요오드・몰리브덴 등 9종의 미네랄, 식물 추출 파이토케미컬 42종, 기타 7종류의 부재료까지 모두 71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은 로즈힙, 블루베리, 마늘, 브로콜리, 꽃양배추, 올리브 잎, 맥아즙, 미강 추출물, 적포도주 추출물, 켈프, 블랙베리, 크랜베리, 브로멜라인, 생강, 헤스페리딘, 루틴 등 다양한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들입니다. 이렇게 종류가 많다보니 먹어야 할 알약의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1일 2회, 한 번에 1,000mg짜리 3알을 먹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이 등장하면서 종합 비타민제는 하루 한 알이란 상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하루 세 끼 식사로 먹어야 하는 42종의 채소와 과일을 하루 6알의 영양제로 대체하는 셈입니다.


철분과 비타민 A 함량을 대폭 줄인 종합 비타민제를 고르라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부 그리고 월경을 주기적으로 하는 가임기 여성의 경우 철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년 이후 불필요한 철분을 과다 섭취하면 혈액이 걸쭉해져 혈전이 생기는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철분을 많이 섭취하면 인체 내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유해산소도 늘어납니다. 한동안 미국에서는 ‘Iron Free’라고 해서 철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종합 비타민제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비타민 A 중복 조심!


비타민 A도 다양한 역학조사를 통해 과량 섭취 시 폐암 증가 등의 부작용이 관찰된 만큼 하루 권장량 이내로 섭취하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특히 종합 비타민제를 먹고 있는 상태에서 항산화 비타민제와 같은 별도로 비타민 A가 함유된 다른 제제를 중복해서 먹지 말아야 합니다. 반면 칼슘과 마그네슘, 비타민 C와 비타민 D는 종합 비타민제를 먹고 있더라도 따로 보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영양소는 종합 비타민제에 들어 있는 양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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