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낫게 하는 영양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영양제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바로 항암 치료 중이거나 암을 치료한 후 면역 기능을 높여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2015년 연세대 의대의 연구 결과, 암세포들에게 당분 공급을 줄이고 등 스트레스를 가하면 보통 암세포에서 더욱 증식이 빠르고 전이가 잘되는 암 줄기세포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암 줄기세포란 말 그대로 암세포 증식의 씨앗이 되는 세포로 항 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에 최후까지 저항하며 살아남아 재발과 전이를 유발하는 무서운 세포입니다. 영양 결핍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평범한 암세포들이 독성이 강한 암 줄기세포로 바뀌도록 유전자 발현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암 환자들일수록 균형 잡힌 영양이 필요하며 음식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영양제 형태로 보충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재발이나 전이를 줄이는 등 장기적 치료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항암 치료를 하는 대부분의 의사는 병원에서 해주는 치료 이외 에 다른 어떤 것도 먹지 말고 음식만 잘 챙겨 먹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항암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메스껍고 토하고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영양 결핍이 생깁니다. 영양 결핍은 암세포들보다 정상 세포에 더 치명적입니다. 암세포들은 신생 혈관을 만들어 주위의 영양을 취하려고 하지만 영양분을 적절하게 공급받지 못한 정상 포는 말라 죽습니다. 이로 인해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고, 자칫 폐렴이나 감기에 걸리면 다음 항암 치료를 제대로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비타민 D는 항암 비타민
모든 영양제 중에 암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영양제는 항암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D 제제입니다.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의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면 매일 2,000~3,000IU의 비타민 D를 섭 취하는 게 좋습니다. 이미 암 진단을 받은 사람도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측정해보면, 비타민 D 제제를 따로 먹지 않은 경우 20ng/ml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암 관련 대규모 무작위 임상 시험도 매일 2,000IU 투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 내 혈 중 비타민 D 수치가 20ng/ml라면 2,000IU의 비타민 D 제제를 매일 복용 할 경우 3~4개월 후엔 혈중농도가 20ng/ml 정도 올라가서 40ng/ml 정 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항암 효과를 볼 수 있는 혈중 비타민 D의 농도는 40ng/ml 이상 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목표 혈중농도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성인의 경우 40ng/ml의 혈중농도를 유지하려면 매일 꾸준히 2,000~3,000IU 정 도의 비타민 D를 섭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인의 경우 비타민 D를 4,000IU 이하로 섭취할 때는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저는 매일 3,000IU의 비타민 D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릴 때 부터 충분한 비타민 D를 섭취하면 성인이 된 다음 유방암, 대장암, 전립 선암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메가-3로 염증을 줄이자
오랜 염증은 조직에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오메가-3는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을 줄이고 혈소판과 백 혈구가 감소하는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줄여줍니다. 특히 오메가-3는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혈중 오메가-3의 농도를 높 여주면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난다는 논문들이 나오면서 미국의 유방암 전문병원에서는 유방암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 고용량의 오 메가-3를 환자에게 권유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유방암 환자에게 오메 가-3 제제(순도가 50% 이상인 제품)를 1,000mg 제제로 하루 4캡슐 정도 섭취할 것을 권유합니다. 오메가-3는 유방암 환자가 느끼는 피로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자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수치를 높이고 방사선 치료 등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데에도 단백질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문제는 암 환자들이 육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육류와 같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암에 걸렸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에는 음식을 가려 먹어서는 안 되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소고기 등 붉은색 살 코기도 먹어야 합니다. 소고기에는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고 항체를 만 들어주는 단백질 성분이 많아 항암 치료 중 감기나 독감, 폐렴 등에 걸릴 확률도 줄여줍니다. 만약 충분한 단백질을 음식만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백질 파우더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항암 치료 중이라면 일반적인 단백 질 파우더보다 카레의 커큐민이나 브로콜리의 설포라판과 같은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을 함유한 단백질 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종합비타민제를 고려해보자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도 종합 비타민제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입 안이 헐고 입맛 이 없고 너무 피곤하다고 호소합니다. 종합 비타민제에 들어간 여러 가 지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점막의 재생에 도움을 주고 피로감을 줄이며 입맛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갑상선암 등의 수술을 받은 후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종합 비타민제의 섭취를 2~4주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합니다. 종합비타민제 안에 들어 있는 요오드 성분이 방사선 치료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병원에서 교육 자료의 형 태로 영양제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종합 비타민제는 비타민 D, 오메가-3, 단백질 파우더와 함께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여러 가지 약물과 항생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생제는 장 속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 균도 함께 죽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장 안에 유해균이 많아 지면 여러 독성 물질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패혈증 등의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항암 치료 시 항생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다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C의 경험적 관찰결과
비타민 C와 암의 상관성에 대한 무작위 임상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항암 치료를 받고 나서 다음 항암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고용량의 비타민 C 주사를 맞으면 암으로 인한 통증도 줄어들고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도 줄어드는 것을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말기 암 환자에게 비타민 C 고용량 주사를 놓으면 모르핀 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타민 C의 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산화수소가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 으며 이들 과산화수소는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항암제로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가 암 환자의 수명을 늘리지는 못해도 항암 치료 중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선 선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암이 이미 생긴 상태에서는 비타민 C를 알약 형태로 복용하는 것보다 가능하면 정맥주사의 형태로 혈중 비타민 C 수치를 신속하게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