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자궁 내 환경
질병 발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자궁 내 환경입니다. 수정란이 어머니의 자궁 속에 머무르는 9개월 동안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요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초기(12~15주 이내)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그리고 암과 같은 질병도 이 시기의 자궁내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로 자궁 환경과 심장병의 관련이 있던
미국 사례가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커버 스토리를 통해 자궁 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영국 연구진이 1900년대 초 태어난1만3천여 명의 신생아를 조사한 결과 산모의 영양 결핍으로 출생 시 체중이 2.5kg 이하였던 아기는 커서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50%나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영양실조에 걸린 태아가 작은 간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간은 크기가 작으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능력이 줄어들어 고지혈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심장병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됩니다. 당뇨병이 대표적이지요. 전문가들은 오늘날 60대 당뇨병 환자들은 한국전쟁 당시 수태된 세대로서 열악한 영양 등 나쁜 자궁 내 환경에서 자라느라 췌장이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났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들이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갑자기영양 과잉 상태를 경험하고 고혈당이란 과부하가 걸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췌장이 탈진에 빠지면서 당뇨가 생기게 됐다는 해석입니다.
자궁 내 환경과 유전자 결손
자궁 내 환경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유전자 결손 때문입니다. 유전자 결손이란 돌연변이처럼 자손에게 대물림되는 심각한 유전자 손상이나 유전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다양성의 하나로 인정되어 정상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비록 대물림되진 않지만 당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의 잘못된 조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매우 훌륭해도 자궁 내 환경이 열악하면 유전자의 복제 과정에서 유전자 결손이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전자 결손을 갖고 태어난 자녀는 장래 백혈병이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무려 10배 이상 높아집니다. 따라서 임신했을 때는 영양 섭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며 필요한 영양제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합비타민제
임신부의 경우 많은 영양소에서 일반인보다 권장 섭취량이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태아의 성장과 임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연과 같은 미네랄이 부족해도 임신 유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종합 비타민제로 영양소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부가 종합 비타민제를 선택할 때는 섭취하고 있는 제품의 비타민A 함량을 꼭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비타민 A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태아에 기형이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하루 5,000IU를 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엽산
임신부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임신초기 특히 임신 후 첫 4~5주에 엽산이 부족한 경우 신경관 결손으로 무뇌아나 척추이분증이 있는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한국영양학회는 가임기 여성에게 매일 400μg의 엽산을 섭취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적어도 임신 1개월 전부터는 400~1,000μg의 엽산 제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경관 결손 아기를 출산한 병력이 있는 여성, 인슐린 의존 당뇨나 경련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여성,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자주 마셨던 여성이라면 의사의 감시 아래 임신 초기에는 4~5mg의 엽산 보충제를 섭취하고 임신 12주 이후에는 일반 임신부와 같이 400~1,000μg 정도를 섭취하면 됩니다.
칼슘
입덧이 심한 임신 초기에는 칼슘제를 먹기가 쉽지 않으니 순두부나 우유, 요거트의 형태로 칼슘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습니다.임신 초기 입덧이 가라앉고 나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임신중에는 가능하면 구연산칼슘 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 중에는 소화 장애나 변비 등으로 고생할 수 있는데 탄산칼슘 제제는 상대적으로 소화 장애나 변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매일 요거트나 우유를 1잔 먹을 수 있는 산모라면 칼슘제를 1알 정도 섭취하고,유당불내성 등으로 유제품을 마실 수 없는 산모라면 칼슘제 2알을 아침과 저녁으로 나눠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철분
임신 4개월까지는 철분의 필요량이 적기 때문에 철분제를 따로 먹지 않아도 됩니다. 이 시기에는 입덧이 있어 철분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구토 증상이 심해집니다. 임신 중기 이후에는 철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임신 중에는 빈혈 증상이 없더라도 철분 결핍으로 인해 임신부의 체내 철분 함량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조산이나 사산의 확률이 높아지므로 철분 영양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건강한 임신부라면 하루 30mg의 철분을 섭취하면 됩니다. 다(多)태아를 임신한 경우 60~100mg의 철분을 섭취하고, 빈혈이 있다면 200mg의 철분이 필요합니다. 철분은 공복에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면좋습니다. 공복이 불편한 경우 비스킷 등 가벼운 간식을 먹은 후 오렌지주스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가 더 잘됩니다. 철 보충제를 먹으면 변이 검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타민 D
최근 태어나는 아기들 중에 놀랍게도 구루병이 관찰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이는 임신부의 혈중 비타민 D 농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비타민 D는 면역 체계와도 관련이 있으니 가능하다면 산전 검사에서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측정해보기 바랍니다. 임신부의 경우 적어도 하루에 600IU의 비타민 D를 섭취해야 합니다. 충분한 혈중농도인 30ng/ml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1,500IU의 비타민 D를 섭취할 것을 권유합니다.
오메가-3
임신 중기는 태아의 뇌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임신 중 충분한 양의 오메가-3를 섭취하면 태어난 아기의 IQ 4~8정도 올라간다는 재미있는 논문도 있습니다. 등 푸른 생선에 오메가-3가 많이 들어 있지만 중금속 오염 문제가 있으므로 임신 중에는 DHA가 충분히 들어간 오메가-3를 영양제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오메가-3 안에는 생선에서처럼 EPA와 DHA가 3 대 2의 비율로 들어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DHA 함량이 높고 중금속이 없는 식물성 오메가-3를 섭취할 것을 추천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생애 첫 선물은 프로바이오틱스입니다. 임신부의 질 속에 유익균의 양이 적으면 분만할 때 아기에게 좋은 유익균을 충분히 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임신 중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제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제왕절개로 분만한 경우라면 분유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섞어 먹이면 됩니다. 임신 중 질염의 발생을 줄이는 데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됩니다. 장을 통해 나오는 변 속에 좋은 균이 많을수록 여성의 질 속에서 생존하는 유익균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제제는 임신 전부터 출산 후까지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쓴이 서울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