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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r 02.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24

자전거를 배운다는 것

처음으로 자전거가 생긴 날

지구 끝까지 달릴꺼야

집을 나섰다

씽씽 페달을 밟으니

내 꿈이 바람을 가르며

지평선을 넘어 달렸다

살다 보면 넘어지고 다칠 수도 있지요 그러나 다시 달릴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는 거겠지요

더 이상 꼬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 발 자전거를 끌고 다니던 꼬마에서 두 발 자전거를 타는 형아가 되는 것은 우리 동네 골목길이 전부이던 세계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 만큼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 발걸음보다 몇 배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는 익숙하고 안전한 집 앞 골목길을 벗어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다른 세계로의 가슴 두근대는 모험과 도전을 꿈꾸게 했다


자전거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산을 넘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볼 요량이었다. 한참을 달려 내가 살던 도시의 경계선인 산기슭에 도착을 했고 도로를 따라 산을 넘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이 두려워질 때쯤 내리막길에서 크게 넘어졌다. 무릎과 정강이를 다쳐 피가 흘렀고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울면서 부서진 자전거를 끌고 왔던 길을 돌아왔다. 해가 저물때쯤 집보다 가까웠던 외가에 도착했다

외할아버지는 피를 흘리며 돌아온 외손주를 씻기고 상처가 크게 깊지 않음을 확인한 뒤 소독약과 연고를 발라 주셨고, 하루 종일 아이가 보이지 않아 발칵 뒤집어진 집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을 안심시키셨다.

그날 나는 외할머니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다음날 외할아버지는 자전거포에 가서 자전거를 수리해서 손주에게 돌려주시며 말씀하셨다

"한번 넘어졌다고 겁먹지 마라. 대신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타라.'


외할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그 날이 생각난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것은 외할아버지 덕분이었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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