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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Jun 14.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96

나는 그곳에 돌아갈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그이도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인생의 구비마다 굴곡이 있었고 떠오르고 가라앉는 일이 잦았다

허물어지고 부서진 자국이 많은 이였지만 오래된 고향집 같은 사람이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 멈춰 설 때 뒤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곳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반갑고 그리운 사람.. 

불편한데 이상하게 푹 자게 된다.. 고향집이란...

중학교 2학년 때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 전에는 한옥 주택에서 살았다

샌님 은행원이셨던 아버지는 드라이버 쥐는 법도 모르셨기에 어머니 혼자서 집 관리를 다 하셔야 했다

아무 걱정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마당과 정원이 딸린 한옥집은 계절마다 아름다운 경험을 선물로 주었지만 너무 힘든 노동에 지친 어머니에게 그 집은 아름답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있는 익숙한 동네를 떠나 아파트 단지가 빽빽이 들어선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하고 난 뒤 삶은 그전보다 많이 편리해졌지만 나는 어쩐지 소중한 것 몇 가지를 그곳에 남겨두고 온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대구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가끔 어머니가 나고 자라셨던 고향,  기계면 현내리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신다

기분이 좋으신 날이면 걱정 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외갓집에서의 따뜻했던 기억을 내게 들려주신다

그렇게 지긋지긋해하시던 한옥집인데 외갓집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내용이 다르다

'엄마가 그 집을 관리 안 하셔서 그런 거 아녜요?"라고 내가 짓궂게 딴죽을 걸기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머니에게 고향집은 이제는 만날 수 없어 더욱 애틋한 오래된 친구 같은 것이겠지


정신없이 사람을 몰아가는 도시의 시간들 속에서 잠깐 숨을 돌리려 멈추는 시간이 올 때마다 내게도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봉덕동의 좁은 골목길,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하던 놀이터 앞 공터, 봉덕교회 1층 중고등부실, 방천 옆 대륜 중고등학교 교정... 그리고 아직도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오래된 친구들 

그렇게 기억 속에서 언제나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그리운 사람과 풍경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곳에 돌아갈 수 있을까?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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