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이번 주말 뉴올리언스에서는 눈보라가 치겠지만
오늘 같이 햇볕이 좋은 날엔 창가에 앉아 노래를 불러요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days.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n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당신은 건너기 힘든 달의 강, 하지만 언젠가는 멋지게 건너고 말 거예요
당신은 내게 꿈과 상처를 주지만, 어디로 흘러가든 당신을 따라갈 거예요
'주말의 명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 개봉한 지 조금 지난 영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DVD도 비디오 샾도 없었던 시절 극장에서 놓친 좋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
가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고전 영화를 방송하는 날도 있었는데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 라든지 리즈 테일러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영화들을 주말의 명화를 통해 접했다
특히 오드리 헵번의 '사브리나', '로마의 휴일'같은 영화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러움이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인데 그중에 특히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영화가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당대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여배우로 추앙받고 있는 오드리 헵번이 영화에서 연기한 홀리 골라이틀리는 무모하지만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굶주렸던 고아 시절의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는 -빨강이 오는- 날이면 보석가게 티파니 앞에 하염없이 서있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쓸쓸해 보였다
삶의 목표 따위는 없고 그저 행복하고 싶을 뿐이지만 정작 무엇이 행복인지는 잘 모르는 그녀는,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문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욕망을 가지고 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기에 깃털처럼 내려앉았다가 바람 불면 떠나는, 스카프처럼 가볍게 세상을 떠도는 삶을 선택하는 그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SNS나 유튜브에 넘쳐나는 콘텐츠들 속에서, 매일 보석 가게 티파니의 화려한 쇼윈도우 주변을 서성이는 쓸쓸한 그와 그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고. 나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