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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Jan 27.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3

일단 뛰어!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퇴근 후에는 여의도 공원을 두 바퀴 정도 돌고, 주말 아침에는 여의도를 한 바퀴 달린다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달려 적당히 땀이 나면 찌부등하던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그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잘하지는 못했다.

중학교 때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늘 14초 초반의 기록이 나왔다.

느린 건 아니었지만 빠르지도 않은 기록이라 출발하고 나면 항상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차진태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100미터를 11초대에 달렸다.

같이 뛰면 얼마 되지도 않아 저만큼 앞서 나가는 그 친구의 뒷모습이 보였다.

죽어라 뛰어도 그 친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진다고 내가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니까...

내겐 나의 기록이 더 중요했다.


단거리 달리기보다 중장거리가 내게는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고등학교 때 1000 달리기를 200초 정도에 뛰었고 축구부 선수들과 앞자리를 다툴 정도였다

스피드가 아니라 지구력으로 승부하는 삶이 시작된 건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장거리 달리기에서도 무수한 친구들이 나를 앞질러 갔고

그것은 달리기가 아닌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기록에 신경 쓰기보다는 나의 속도로 달리는 것을,

무엇보다 즐겁게 달리는 방법을 하루하루 배워가고 있다. 그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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