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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Jan 26.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2

사랑한다는 말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네 그대가 행복했던 날들이

가을날의 강물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그날들이

그대를 몹시도 그리워했던 날이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네 사랑하는 그대가

아침마다 환하게 꽃으로 잠이 깨고

저녁이면 어린 새와 같이 잠드는 일이

내 아침저녁의 기도 때문임을


오늘도 나는 해가 지는 저녁 강가에 나와

그대에게 하지 못했던 말

꿈에서라도 하고 싶었던 말

그대를 사랑한다고

그대를 그리워한다고

되뇌이고 되뇌이다

별이 기울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네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왜 말 안 했을까? 그땐... 요즘은 존경하는 와이프님에게 하루에 백번도 할 수 있는데 ^^

부끄럽지만 대학 시절에 시를 쓰는 '문청'이었다.

학보사나 교지 편집 위원회에서 공모하는 문학공모에 심심찮게 당선되기도 했으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일치감치 꿈을 접었다.

그러고도 미련이 남았는지 가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날에는 없는 감성을 퍼올려 손끝 발끝이 오그라드는 글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다음날 아침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교지편집위원회에서 주최한 학내 문학상에 당선되고, 당선소감에 혼자서 좋아했던 친구에게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책이 나오고 난 뒤 그 책을 봉투에 고이 넣어 우편으로 부치고 언제쯤 그녀에게 답이 올까 기다렸는데 몇 달이 지나도 결국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접었고 그녀와 나는 오래된 좋은 친구로 남게 되었다.

답을 받은 건 10년쯤 지난 뒤였다. 몇 년이 지난 다음에야 당선 소감을 읽었다며 그녀는 깔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 멍충아 그런 건 직접 말을 했어야지..."


시인이 되지 못했다고, 그녀에게 사랑이 닿지 않았다고 지금에 와서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삶이 그로 인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왜 나는 시인의 꿈을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왜 나는 사랑한다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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