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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Feb 24.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21

떠나고 싶어.. 나도 너처럼

떠나고 싶어

돌아오는 길을 지워버리고

나도 너처럼

늘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떠나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권태이다

그렇게 입사하고 싶어 했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이 익숙해지게 될 무렵이면 무언지 모를 답답함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긴장감 넘치고 역동적인 비즈니스 라이프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었다

현실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기안을 만들고, 결재가 나면 승인된 예산을 집행하고, 발생한 비용을 정리하는 일들이 일별, 주 단위, 월 단위, 분기별로 반복됐다

거대한 조직 속에 빈틈없이 끼워 맞춰진 작은 부품으로서의 생활이었다

그 사이 입버릇처럼 떠나고 싶다고 말하던 동기는 더 나은 일을 찾아 떠났고, 다른 동기는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일상이 주는 권태를 견디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떠났다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지만,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이 항상 불안한 디아스포라였던 나는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견고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희망과 자유를 쫒아 떠나기를 꿈꾸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더 이상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나무를 꿈꾸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떠났고 나는 오래도록 남았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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